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분노한 온 민중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까닭은 ‘생명보다 이윤을’ 중요시 하는 이 체제를 ‘이윤보다 생명을’ 중요시 하는 체제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세월호 참사는 유례가 없는 ‘중대재해’였고, 안일하게 재해에 대처하던 박근혜 정권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촛불시민들은 분명하게 요구하고 외쳤다. “이윤보다 생명을!”이라고. 그리고 스스로 촛불정신을 계승한 촛불정권이라고 말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중대재해는 계속 일어났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 끼여 김군이 죽었고, 대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김용균이 죽었다.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시민이 죽었고, 이천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참사로 38명이 죽고, 10명이 부상당했다. 올해에만 택배노동자들이 과로 등의 원인으로 15명이 죽었다. 이뿐인가. 만약 쓰고자 하면 칼럼 전체를 사망자의 이름으로 채워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죽어나갔다.

개인이 사람을 죽이면 중형의 처벌을 받는다. 사람 팔을 부러뜨리거나 잘라도 처벌 받는다. 그런데도 살인은 일어나고 상해는 계속된다. 만약 이런 법마저 없다면 힘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다.

사람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은 좌우의 이념을 떠난 상식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상식적 윤리다. 그런데 기업이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가? 누가 처벌 받는가? 어떻게 처벌 받는가? 사람을 죽인 기업가 중에 중형의 처벌을 받은 사례를 알고 있는가?

정의당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기업에 선고된 평균 벌금액이 약 448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산업안전에 대해 법원도, 정부도, 국회도 별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죽은 사람이 917명이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중대재해로 죽는 사람은 약 2400명이다. 사람의 죽음을 비교할 순 없지만, 숫자로만 따지면, 중대재해로 죽는 사람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죽는 사람의 두 배 반이나 된다. 어떤 잘못도 없이 한 해에 2400명의 사람이 일상적으로 죽어나가는 것이다. 이는 이윤을 위해 방기되고, 외면당한 사회적 타살이다.

정부는 지난 1년 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왜냐하면 코로나에 감염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을 수도 있는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구해 내는 것,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산업재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도 정부는 최선을 다했는가? 어떤 잘못도 없이 하루에 7명 씩 죽어나가는 국민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죽는 사람의 대부분은 기저질환자거나 몸이 약한 노인이라고 한다. 다만 아직 죽음의 원인을 다 밝혀내지 못했기에 정부의 정책이 미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원인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수 있는 사안들이다. 안전조치, 예방조치를 확실히 하고 처벌기준을 강화하면 대폭 줄일 수 있는 일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만드는 일, 그건 동서고금의 상식이다. 촛불정신을 스스로 계승한다고 밝힌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이 외쳤던 말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

촛불시민이 외쳤던 말은 ‘생명보다 이윤’이 아니라, ‘죽음보다 기업’이 아니라, ‘이윤보다 생명’이었다. 그런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정부안이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이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의 희생자 가족들이 단식농성 중이다.

보수든 진보든, 좌든 우든, 수구든 극좌든, 민중의 요구를 묵살하면 끝장난다는 것 역시 동서고금의 상식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냐,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이냐에 따라 정권의 운명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촛불정신을 계승한 정부와 국회의 배반이 지속된다면 ‘민중의회’ 소집을 요구하는 저항에 직면할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 황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