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Black Swan)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쓰는 말이다. 월가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한 책의 제목이 바로 ‘검은 백조(The black swan)’이다. 검은 색깔을 가진 백조(白鳥)를 쉽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스완은 화이트스완(white swan)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된다. 화이트스완이 예측 가능하고 기존 리스크 모델로 관리가 가능한 반면 블랙스완은 예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 모델이 나와야 대처가 가능하다.

올해 코로나19와 함께 유행한 용어는 그린스완(Green Swan)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1월 발간한 동명의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다. BIS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리스크와 위협을 그린스완이라고 명명하고, 언젠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고, 충격은 블랙스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와 시민사회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화폐와 금융의 안정성까지 흔들어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각 국가가 그린스완을 분석·관리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생에너지 기업 채권을 대거 매입하는 ‘녹색 양적완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기업들도 기후변화에 따라 환경보호에 앞장 서는‘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투자 포트폴리오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10일 해양수산개발원과 해양과학기술원, 평택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0 환황해 지속가능 국제포럼’은 시의적절한 행사였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변화와 전염병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기후변화는 코로나보다 훨씬 천천히 진행되고 있지만 기후위기가 가져올 영향은 코로나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만큼 지금 우리가 대응하지 못하면 끔찍한 재앙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위원장은 유엔 사무총장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과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하나님은 항상 용서해 주시고, 사람들은 가끔 용서해 준다”면서 “그런데 자연은 절대 용서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유엔 지속가능목표(SDGs) 17개 목표 중 14번 ‘해양’을 중심으로 황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추진되어 오다 지난해 막을 내린 황해광역해양생태계(YSLME)와 내년부터 UN이 주도하는 ‘해양과학 10년 계획(UN Ocean Decade)’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관심을 받는 10년 계획이 앞으로 얼마나 시너지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이런 논의에 해양산업의 주체들, 즉 해운, 항만, 수산, 해양개발, 조선 등 산업계의 참여가 적극 있어야 할 것이다. 유엔의 기후변화 대책에 기꺼이 참여하는 ‘착한’ 기업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보여준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과는 이제 결별해야 한다. 또한 황해를 공유하는 남북한과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YS(Yellow Sea)에서 남북한과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ES(East Sea)로 공간적 범위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해양권역의 범위도 현행 광역(L)에서 초광역(XL), 중간(M), 소규모(S)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환경에 치우친 생태계(Ecosystem)의 개념도 해양의 모든 것(Everything of Ocean)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환경적 개념과 함께 사회적·경제적 개념이 지속가능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체도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시민단체 NGO 등이 모두 참여하고, 전문가도 과학자는 물론 경제학자 통계학자 정책분석가 리스크전문가 금융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이제는 해양의 경고에 이어 반격이 시작되는 블루스완(Blue Swan)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해양수산계가 끼리끼리 모여 말로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블루워싱(blue washing)만 하고 있을 것인가.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