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오후 5시께 부산 강서구 대저2동 서부산유통단지에서 화재 출동벨이 울렸다. 서부산유통단지는 전체가 샌드위치패널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건물의 이격거리 제한이 없어 건물과 건물 대부분이 밀접돼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연소 확대 위험이 크다.

이 날은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풍주의보까지 내려 천막 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강한 바람을 타고 샌드위치패널 건물 외벽과 지붕으로 급격하게 연소가 확대돼 창고동 및 보관물품 일부가 소훼됐다. 감식 결과 인근 직원이 흡연한 후 담배꽁초를 폐종이박스 수거 장소에 던지는 장면이 확인됐다. 한순간 던진 담배꽁초가 1억4600만 원의 피해를 냈다.

최근 3년간 강서소방서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화재 736건 중 산업시설 발생이 230건(31%)으로 가장 많다. 그 중에서 샌드위치패널 공장·창고 화재가 무려 95% 이상을 차지한다.

샌드위치패널은 단열재 양면에 철판을 붙여 만든 건축자재로 주로 공장이나 창고 건물에 사용된다.

단열재로는 유기단열재인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무기단열재는 그라스울이 많이 사용된다.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같은 가연성 유기단열재는 불이 붙으면 급격히 번질 뿐만 아니라 바깥 면이 철판이라 밖에서 물을 뿌려도 침투가 안된다.

그러나 건축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화재에 취약한 유기단열재인 샌드위치패널이 공장이나 창고 등에 많이 사용된다. 현재 불연재 사용에 대한 예외 조항이 많은 건축 법규와 비용 절감 속에 화재가 발생하면 다수의 인명 피해와 많은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강서소방서가 담당하는 지역은 11개 산업단지(전용 · 일반공업지역, 산업단지)로 조성돼 있다. 건축법상 산업단지 내 공장은 건축선 및 인접 대지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 이격거리 적용 기준에서 제외되며, 같은 용지 내 건축물 간의 이격거리에 대한 규정이 없어 건물이 밀집돼 있다. 화재 발생 시 인근 건물로 연소 확대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산 강서구 서부산유통단지의 경우 같은 부지 내 동간 이격거리가 짧고 밀집돼 있으며 화재 발생 시 가장 가까운 안전센터가 4.8km 떨어져 있어 현장 도착까지 9분이 걸린다. 골든타임 5분이 지나 화재가 최성기에 이를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강서소방서는 건축 허가청인 강서구, 부산울산경제자유구역청과 공조 체제를 구축해 건축물 인허가 시 화재 발생으로 인한 연소 확대를 방지하고자 건축물과의 최소 이격거리를 준수토록 하고, 구조상 이격거리가 1ｍ 이하인 경우 외벽 지붕 마감재를 준불연재 이상의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샌드위치패널 건축물의 화재 예방을 위해서 첫째, 용접·용단 작업 시 산업안전보건법 및 소방관계법에 규정한 화재감시자 입회 하에 작업토록 해야 한다. 둘째, 공사 중인 건물은 임시소방시설 유지 관리에 만전을 기해 만일의 화재에 대비토록 해야 한다. 셋째, 화재 발생 시 관계인이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화기 옥내소화전 등 사용법을 익혀 유사 시 적극 활용토록 한다.

소방기본법 제20조(관계인의 소방 활동)에 ‘관계인은 소방대상물에 화재, 재난, 재해, 그 밖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경보를 울리거나 대피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사람을 구출하는 조치 또는 불을 끄거나 불이 번지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서소방서는 지난 4월 서부산유통단지 화재 이후 지난 6월부터 상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약 50회 일대일 교육 및 공동 훈련을 통해 ‘화재 예방 및 관계인 초기 대응 전문가 되기’를 실시했다. 소방차 도착 전 골든타임을 놓쳐 화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의 관심과 훈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었다. 강서소방서도 지난 10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FIRE-DAY’ 비대면 홍보 릴레이 캠페인을 벌였다.

주요 내용은 ‘산업장 화재 원인은 용접·용단 불티’ ‘산업장 내 화재 원인 알고 보니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등이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안전에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협상은 없다.

부산 강서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