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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전설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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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9년 만에 KBO 프로야구 통합우승을 이룬 NC 다이노스의 우승 세리머니 한 장면. 마운드에 엔씨소프트 대표 게임 ‘리니지’의 절대 아이템인 ‘진명황의 집행검’이 나타났다. 이윽고 MVP인 양의지 선수가 집행검을 뽑아 동료들과 함께 하늘을 향해 힘차게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 이벤트는 집행검이 상징하는 ‘절대 강자’의 이미지가 팀의 첫 우승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40~50대 세대에게 이 장면은 영국의 전설적인 ‘아서 왕과 원탁의기사’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청년 아서는 바위에 꽂힌 ‘전설의 검’을 뽑아 든다. ‘이 검을 뽑는 자 왕이 되리라’는 예언과 전설을 품고 있는 절대의 검을 뽑은 아서는 브리튼인들의 왕이 되고 원탁의기사단과 함께 전쟁의 영웅이 된다. 검의 이름은 ‘엑스칼리버’. 역사적 기록은 없지만 아서 왕 이야기는 1000년 넘게 구전되고 종교·문화적 요소가 더해져 문학작품과 뮤지컬, 영화로까지 발전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빠지지 않는 장면은 ‘전설의 검’을 뽑아 드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절대 악으로부터 약자를 지켜주는 영웅인 아서 왕과 그 절대 무기로서 ‘정의의 검’이 갖는 연관성을 상징하는 요소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정의의 검’은 검찰로 상징된다. 검찰청 마크(CI) 속 다섯 개의 청색 기둥에 그 정신이 담겨있다. 대나무의 올곧은 기상을 모티프 삼았다는 기둥들은 왼쪽서부터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상징한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정중앙 ‘정의’ 기둥이다. 밑면이 편평한 나머지 네 기둥과 달리 위 아래에 모두 날이 서있다. 칼이다. 검찰 스스로 이 기둥을 ‘정의의 검’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정의의 검’에는 뾰족한 날만 있을 뿐, 손잡이가 없다.

그 의미가 뭘까? 우선 검찰 스스로 검이 되어야지, 검을 휘두르는 주체가 돼선 안된다는 의미다. 또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공평 타당하게 겨누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검사도 한 명의 인간일 뿐이기에 선입견과 편견, 욕망, 증오 같은 감정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검사가 감정적으로 칼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정의의 검이 아니라 자칫 ‘깡패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엑스칼리버’ 역할은 검찰이 맡고, 국민이 검의 주인인 아서 왕이 될 때 비로소 정의의 검은 빛날 것이다. 절대 명제를 망각하고 검찰만이 정의의 사도라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 스스로 칼날에 찔릴 수 있다는 점을 검찰청 CI가 가르쳐 준다. 검찰총장 직에 복귀한 ‘검사’ 윤석열부터 그 의미를 새겨 볼 일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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