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5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집 부자가 이렇게 늘어난 반면 주택이 한 채도 없는 무주택 가구는 오히려 증가했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 그대로다. 대출 제한이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집으로는 돈을 벌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이 정부의 일관된 정책 아닌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듣지 않는 셈이니 “부동산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7월 21대 국회 개원식 언급이 무색해졌다. 부동산 정책을 재점검하고 잘못된 점을 겸허히 반성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통계청이 그제 공개한 ‘2019 주택소유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주택 5채 이상을 가진 대량 주택보유자는 11만8062명이다.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주택을 10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도 4만2868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으며, 통계 작성 기준으로 ‘최다 다주택자’로 분류되는 주택 51채 이상 소유자도 1964명으로 1년 전의 1882명보다 82명 늘었다. 이처럼 5채 이상, 10채 이상, 51채 이상 다주택자가 모두 늘어났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온갖 규제책을 비웃듯이 부동산 불패 신화만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게다가 지난해 일반 가구 2034만3188가구 중 무주택 가구는 43.6%인 888만6922가구로 전년보다 14만1640가구나 늘었다.

부산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주택 5채 이상 대량 보유자는 9953명으로 전년에 1만 명을 웃돌며 정점을 찍은 이후 비슷한 수준이다. 해운대구 1333명, 부산진구 1148명, 남구 1146명, 금정구 867명, 동래구 768명 순이다. 특히 2채 이상 소유자는 15만4969명으로 전년에 비해 3513명이나 늘었다. 이 증가폭은 전년보다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무주택 가구 비중은 전국에 비해 적지만 증가세인 점은 같다. 전체 137만7030가구 가운데 무주택 가구는 41.9%인 57만7334가구였다. 전년에 비해 9997가구 증가하며 비중을 0.3%포인트 높였다.

정부는 이를 규제로 일관하는 부동산 정책의 전환 신호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집에 대한 애착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대한민국이다. 이 정부 들어 24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는 반응이 통설이다. 주무 장관이 고개를 숙이며 집값 안정이 기대에 못미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것이 몇번인가. 집값을 잡겠다고 결기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중산층도 호응할 임대주택 등 공급을 고민하고 시장이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야 ‘영혼을 끌어서라도 집을 장만하자’는 가수요를 진정시킬 수 있다. 부동산 정책 라인 일신까지 포함한 진지한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