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해신공항안 백지화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일관된 당론은 찾아볼 수 없고 찬반 목소리만 높다. PK와 TK 의원들이 당장 찬반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를 중재하고 당론을 모아야 할 원내 지도부가 반대파에 힘을 싣는 것은 PK민심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내 사령탑으로서 김해신공항 검증위 발표 이전엔 ‘가덕신공항 불가피론’을 펼치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최근 ‘정해진 것은 없다’는 태도만 보이고 있는 것도 의아하다. 민주당 대비 33대 7로 PK 의원 수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제1 야당이 정치적 계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김해신공항 백지화 과정의 철저한 검증 필요성 목소리가 과장된 것일 뿐, 가덕신공항 추진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하태경 시당 위원장을 비롯한 부산 의원 15명이 지난 20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한 것이 그 예라고 주장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신속 처리 조항이 포함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도부와 상의 안 한 돌출행동이라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공개 천명함으로써 부산 의원들만 머쓱해졌다. 특별법안이 조속히 본회의까지 통과하려면 제1 야당 지도부 협조가 필수적인데, 첫 걸음부터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여기에 더해 김해신공항 백지화 검증 과정을 검증하겠다는 것 또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을 염원하는 PK 민심을 대놓고 거스르는 모양새를 피하면서 시간끌기를 하려는 의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가 ‘검증위 절차가 석연찮으니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1일엔 윤희석 당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감사원 감사 필요성을 다시 주장한 저의야 뻔하게 보인다. 검증위에 대한 재검증은 지루한 정치적 공방의 무한반복과 시간끌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제1 야당이 국가 중요 사안마저 정략적으로만 이용한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서 될 일도 아니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정부 여당의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TK 표를 위해 PK 표를 버릴 것이냐’는 태생적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초당적 가덕신공항 지지선언을 통해 지역을 넘어 국가경제 전체를 사유하는 역량을 보여줄 수 없는지 묻고 싶다. 그럴 경우 보궐선거 승부에 대한 지도부의 자신감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과거 밀양신공항을 지지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가덕신공항을 지지하며 가덕, 대구, 무안 등 3대 공항 특별법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자는 홍준표 의원 목소리의 울림이 유독 크게 들린다. 100명 넘는 정당이 무소속 1명 보다 폭이 좁아서야 될 말인가.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통 큰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