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지원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를 통과했다고 한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 등 전국 6개 기관이 무임승차로 해마다 눈덩이처럼 적자를 쌓아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헌승(부산진구을) 의원 등 여야 의원 5명이 각각 발의한 법안의 수정안이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늘 국토위 전체회의에 이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통과까지 최종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향후 남은 국회 일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기관에게 이 사안은 해묵은 과제다. 65세 이상 노인 등의 무임승차로 전국 시도 6개 기관의 손실은 지난해 6234억 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만 무려 5조7900억 원 규모다. 부산만 해도 지난해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1396억 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부산교통공사 재정 적자 2279억 원의 60%를 넘는 수준이다. 전체 이용객의 30%가량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으니 적자가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렇다고 마땅한 수익사업이 한계가 있는 마당에 운임을 턱없이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 관련기관들은 오래 전부터 국가가 손실분을 보전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런데도 여태껏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노인 등 무임승차 제도가 법적 의무가 아니라 지자체가 선택하는 만큼 원인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에 국비가 들어가면, 그게 없는 지자체와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국가가 내놓은 노인 등 복지정책 책임을 해당 지자체에 고스란히 떠넘기는 꼴이어서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1984년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임승차 정책이 도입됐을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당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5.9%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무려 15.7%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향후 이 비율이 더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형편에 가뜩이나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이를 보전하다가 파산할 판이다.

더 큰 문제는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가 도시철도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해마다 적자가 누적되는데 노후 전동차 교체나 서비스 개선 등에 투자할 재원이 있을 리 만무하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서 정부가 케케묵은 원인자 부담 원칙을 내세우는 건 무책임하다. 이 때문에 지난 18대 국회 때부터 추진해온 관련법 개정이 정부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그나마 21대 국회 소위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희망을 본다. 이번에야말로 본회의까지 통과돼 오랜 숙제를 반드시 해결하기 바란다. 정부도 더는 과거 입장을 고집할 게 아니라 상황 변화를 인정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