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가덕신공항 건설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안(김해공항 확장안)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사실상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검증위는 이날 김해신공항안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검증위는 가장 중요한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선 예정지 인근 산 등 장애물 제거에 대해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정,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검증위 발표 직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김해신공항은 백지화 수순을 밟고 부산시가 요구해온 가덕신공항 건설에 힘이 실리게 됐다.

하지만 이제 막 큰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검증위의 결론 역시 과정에 불과하다. 핵심은 가덕신공항 건설을 조속히 이뤄내는 일이다. 부산시가 개최를 추진 중인 2030 월드엑스포 이전에는 가덕신공항 개항이 이뤄져야 한다. 속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당장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공항 건설은 국토부 협조 없이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4년 이상 날선 공방을 벌인 국토부 협조를 끌어내는 것은 부울경 시도지사와 정치권의 역량 문제다. 아울러 김현미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 당국 역시 깨끗한 승복과 적극적인 협조에 나서야 한다. 수동적 시간끌기 등 ‘태업’은 용납되지 않는다.

2030년 개항을 위한 ‘속도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5년 단위로 12월 말 수립되는 ‘제6차 공항개발계획’에 가덕신공항 건설 계획을 명시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가덕신공항 건설은 표류할 수도 있다. 또한 이후 사전 타당성 검토와 예비타당성 조사, 타당성 평가와 기본·실시계획, 실시설계 수립 절차 등을 밟아야 한다. 결국 건설 공사에만 7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에는 착공해야 하는데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2년 안에 마무리하기엔 시일이 촉박하다.

그래서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제시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패스트트랙에 주목한다. 시와 더불어민주당은 가덕신공항 관련 특별법을 제정, 예외·면제조항을 적용해 최대한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또한 별도 특별법을 준비 중이며 여야 절충안을 내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가덕도 등 새 부지에 대한 압축적 검증 의지’를 밝혔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가덕신공항 불가피론에 동의했다. 다만 대구 출신 주호영 원내대표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유감이다. 보수 야당 지도부의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부울경만을 위한 지역 사업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망국적 수도권 집중을 해소할 대안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물류강국을 향한 미래지향형 국가 사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패스트트랙에 역량을 모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