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들이 일종의 가족 집단을 이뤄 생활하면서 각종 범죄에 연루되고 있다고 한다. 흡연 음주 혼숙같은 일탈행위는 물론이고 자신의 성을 생계 유지의 수단으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놀라운 건 이런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려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오갈 데 없는 10대에게 숙식 제공을 미끼로 다가가 정신과 육체를 유린하고 착취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악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정과 학교 밖을 떠도는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온 게 없다. 경찰이 집계하는 가출 신고 건수와 여성가족부가 매년 일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가출경험조사를 통해 짐작만 할 뿐이다. 작년 한해 경찰에 신고된 가출 청소년은 2만4000여 명이었다. 같은해 청소년의 가출경험률은 3.5%다. 이를 근거로 추산한 가출 청소년은 전국에 최소 12만 명이다. 최대 20만 명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최초 가출 연령이 낮아지고 가출과 귀가 사이의 기간이 장기화하며 반복 횟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가출 청소년들이 또래와 가족처럼 집단생활을 하는 ‘가출팸’이나 ‘온라인팸’, 이들에게 도와주겠다고 접근하는 ‘오빠’ ‘헬퍼’ 등의 용어는 이런 문제에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이미 매우 익숙하다. 인터넷에는 가출 청소년을 모집하는 가출카페가 수십 개, 만남을 주선하는 채팅 앱이 수백 개나 된다. 가정과 학교에서 안식을 못찾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통로다.

가출 청소년의 문제는 단순히 가출이라는 행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다. 식사와 잠자리가 무료라는 꾐에 넘어가 결국은 성매매의 늪으로 빠져드는 사례가 많다. 그중 일부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기도 한다. 경찰 신고를 빌미로 성 매수자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식이다. 2년 전 가출팸에서 만난 동료를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해 충격을 안겼던 ‘오산 백골 사건’처럼 단순 일탈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벌어진다. 가출 청소년끼리 서로를 착취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성인이 개입하면 문제는 크고 복잡해진다. 그 견고한 악의 마수에서 빠져나오기는 더 힘들다.

가출을 경험한 청소년의 60% 이상이 부모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가정 폭력 혹은 경제 문제 등이 아이들을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이때문에 가출 청소년 문제는 해결이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현황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되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대책이 나온다. 부산의 경우 서면 연산동 사상 일대 가출 청소년 포섭 조직의 활동 거점을 파악해 단속해야 한다. 쉼터 등 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돌봄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보호 방법을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