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세계 대부분은 거리 오물과 악취, 전염병 유행으로 생활환경은 위생적이지 않았다. 이때 영국 법률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에드윈 채드윅은 하수도 건설, 쓰레기 처리, 물 정화를 통해 선구적인 위생운동을 이끌어 현대적인 공중위생이 시작됐다. 예로부터 위생관리를 위해 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왔다. 이집트인들은 미이라를 만들 때 송진과 향료를 이용했고, 다른 고대인들은 탈취와 위생을 위해 황을 태웠다. 1830년 미국 약전에는 유용한 방부제로 요오드딩크가 있었고, 남북전쟁 중 부상자를 위해 대량의 요오드딩크가 사용됐다.

1867년 영국 외과의사 조셉 리스터의 미생물 화학적 제어 연구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수술한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하자 미생물 감염이 원인인 것을 알아냈다. 그 뒤 수술실과 환자의 상처에 페놀을 분사해 수술한 결과 상처 부위는 감염 없이 나았다. 이 기술은 의료 분야에 혁신을 가져왔고, 이후 신체 표면을 소독하는 화학적 방부 처리가 이뤄졌다.

대부분 미생물은 빠른 속도로 생장할 수 있다. 특히 병원미생물은 건강의 위험 요소이므로 제어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소독은 병원미생물 수를 감소시키거나 사멸시키는 데 쓰인다. 이러한 화학물질을 소독제 또는 방부제라고 한다. 소독제는 산업체 설비, 책상 표면, 싱크대 같은 무생물에 적용되며, 방부제는 상처 표면과 같은 신체 조직이나 피부를 관통해서 혈액을 채취하기 전에 사용된다.

리스터의 실험에 사용된 페놀과 페놀화합물은 미생물을 사멸시키는 데 이용된 첫 번째 화학작용제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페놀유도체는 트리클로잔으로, 지질생합성을 차단해 세균 세포막을 파괴한다. 이 물질은 자극성이 매우 적고 무독성이며 병원균에 적당한 효과를 내지만 바이러스나 곰팡이에는 효과가 적다. 일반적으로 항균비누, 로션, 구강청결제, 치약에 첨가된다. 지나치게 많이 쓰면 세균은 이 물질에 내성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화학작용제 중 하나는 알코올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에틸알코올이다. 이는 단백질을 변성시키고 미생물 세포막에 있는 지질을 용해시킨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손소독제 함유 활성 성분이다. 투약을 위해 정맥을 찌르거나 주사를 놓기 전에 피부를 닦는 방부제로 사용된다. 순수 에틸알코올은 ‘70% 에틸알코올’보다 효과가 없는데, 단백질 불활성화를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며, 순수 에틸알코올은 빨리 증발해서 긴 시간 미생물과 접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산화수소는 창상과 찰과상 같은 상처에 세척제로 사용됐다. 상처 부위에 이를 처리하면 거품이 나는데, 이는 손상된 조직 속의 카탈라아제가 과산화수소를 산소(거품)와 물로 분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산화수소는 개방된 상처의 방부제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격렬한 거품은 상처 부위의 먼지, 조직 파편, 죽은 조직을 느슨하게 한다. 산소는 혐기성 세균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과산화수소는 훨씬 안정적이고 자발적으로 분해되지 않아서 국소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요오드는 요오드딩크(에틸알코올에 ‘2% 요오드’가 함유된 용액)나 요오드포어로 알려진 요오드-계면활성제 복합체로 사용된다. 요오드는 미생물을 사멸시키고, 계면활성제는 피부 미생물을 제거한다.

계면활성제와 비누는 강력한 표면장력 감소제이자 습윤제이다. 이들은 미생물이 세탁물에서 제거되도록 미생물과 표면 사이에 들어가 미생물을 들어 올리는 작용을 한다. 계면활성제는 미생물 세포막의 지질과 반응해 세포막을 용해시키고, 세포 성분을 누출시켜 미생물을 죽인다. 비누는 피부의 유분을 제거하고 나아가 표면장력을 감소시켜 세척 작용을 증가시킨다.

아쉽게도 같은 조건에서 모든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는 이상적인 단 하나의 화학작용제는 없다. 사실 손 씻기가 미생물로 인한 질병 확산을 막고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금은 외출한 후 손 씻기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위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제대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