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일에는 양면이 있다. 밝음은 어둠을 전제하고, 호사(好事)는 다마(多魔)를 동반한다. 마찬가지로, 특정 사안에 대한 강한 주장은 그 반대일 가능성을 내포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잦은 수사지휘권 행사에서 이를 본다. 1949년 관련 규정이 담긴 검찰청법 시행 뒤 지난해까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단 1건이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그런데 추 장관은 취임 후 10개월 남짓 근무하며 7건이나 남발했다.

이유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의심된다는 것인데, 이러니 되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라임펀드 전주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권 인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폭로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로비를 했다고 털어놓자 바로 검찰의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 지휘·보고체계에서 배제시킨 게 대표적인 증거다. 아예 강 전 수석에게 5000만 원을 건넸다는 라임 전주의 법정 진술을 이끌어낸 담당 수사검사를 다른 부서로 보내버렸다.

이뿐인가. 정권 실세 비리를 수사한 검사들을 모두 좌천시켜 사실상 수사를 막지 않았던가. 1월 인사 때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등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을 물갈이했다. 8월 인사 때도 유재수 사건을 맡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한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등을 지방으로 발령냈다. 대신 현 정부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살아있는 권력도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는 윤 총장 임명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당부는 버려진 헌신짝이 된지 오래다.

수사지휘권은 행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침해 논란을 유발해서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그 법적 근거(검찰청법 제8조)를 없애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천 전 장관도 검찰 독립을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수사지휘권 행사 당시 식언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사물과 일의 양면성은 힘으로도 나타난다. ‘어떤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힘을 작용하면 다른 물체도 힘을 작용한 물체에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을 작용한다’는 뉴턴의 운동 제3법칙(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처럼. 문 대통령의 ‘산 권력 수사’ 허언 논란이나 천 전 장관에 대한 식언 비판이 그 사례들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파동에서 또 다른 힘의 싹을 목격한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는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사직사가 그 하나다.

“의정부지검장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했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되었고…이렇게 또 한 명의 정치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검찰개혁을 주창하면서 ‘검찰 길들이기’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 정부의 제1 국정개혁 과제인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소지는 금태섭 전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내린 징계에 불복해 재심 청구를 했지만 처리를 하지 않자 탈당했다. “검찰개혁은 마법의 주문이다. 무슨 공격을 당하든 맥락과 상관없이 ‘지금 검찰개혁이 시급한데 왜 이러십니까’라고 하면 답변이 된다.” 금 전 의원은 칼럼에서 조 전 장관의 언행불일치나 추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도 ‘검찰개혁’ ‘정권 안보’ 논리에 묻혀 문제 제기조차 못한다고 개탄했다. 그가 탈당 사유로 밝힌 ‘편 가르기’ ‘내로남불’ ‘말 뒤집기’ ‘비판 차단’ 등 민주당의 폐해는 그 연장선상에서 불거진 문제들이다.

이로 인해 검찰개혁에 실패한다면, 그 힘의 반작용은 국민적 저항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부른 ‘촛불광장’의 최대 요구가 검찰개혁이어서다. 민주당 내에서도 그런 고민이 보인다. 윤 총장을 내쫓고 싶지만 역풍이 우려돼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거취를 언급하는 순간 내보내겠다는 뜻으로 읽혀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런 정치공학적 계산 속에 ‘평등·공정·정의’라는 문 정부의 국정철학은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치는 바른 것(政者正也·정자정야)’이라는 논어 글귀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 철학의 빛이 바래고 있다.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