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생이 주사 이틀만에 숨진 데 이어 전북 고창에서도 70대가 사망했다. 특히 고등학생은 기저 질환이 없었는데도 정부 무료 백신을 맞은 후 쓰러졌다. 지금으로선 원인 규명이 우선이지만,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시즌에 벌어진 일이어서 불안감이 증폭되는 건 사실이다.

올 들어 유난히 자주 발생하는 백신 사고 때문에 국민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냉장 보관되어야 할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가 하면 무색 투명해야 할 주사약에서 흰색 입자가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품질관리 보관 유통 등 거의 전단계에서 구멍이 노출된 것이다. 그것도 모두 정부가 공급한 무료 백신에서다. 상온 노출 백신과 침전물 백신은 회수 또는 폐기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일부가 이미 접종됐고 이중엔 알레르기 발열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이번 고교생 사망과 관련된 백신도 폐기 대상은 아니지만 문제를 일으킨 회사가 유통시킨 제품이다. 만 18세 미만 소아와 청소년, 만 62세 이상 노년층 등 무료 접종 대기자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다.

올해 독감 백신 물량은 약 3000만 명분이다. 이중 1200만 명분이 국가 예방 접종 물량이다. 폐기 회수 대상인 106만 명분은 이 접종분의 10% 가까이를 차지한다. 문제 백신의 유통사와 제조사는 과거 정부 납품 경험이 없거나 관련 업계에서 가장 영세한 회사라고 한다. 품질이 아닌 가격이 기준인 최저가 입찰제가 유지되는 한 폐기 대란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잇단 사망 사고의 원인을 백신이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독감 백신 접종 수요가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물량이 충분한지, 유료든 무료든 믿고 맞아도 되는지 걱정이 크다. 보건당국은 문제 백신이 더 이상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는 한편, 품질을 담보할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