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다음 해의 사회·경제·문화·정치·기술적 흐름을 예측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트렌드 관련 키워드가 제시된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지고 유망한 경향이 뭐가 될지 궁금하기에 이와 같은 트렌드 예측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연말연시가 되면 이 같은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이 많은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에 제시된 2020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다중정체성을 지닌 ‘멀티 페르소나’, 새로운 소비세대로 부각되고 있는 5060세대 ‘오팔세대’, 성공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업글인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게에서 지속되고 있는 지금의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온택트(Ontact)’일 것이다. 온택트(Ontact)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 시대에 온라인을 통해 외부와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 온택트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사회적 활동에서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공연과 전시회,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종교단체의 영상 예배, 직장인의 화상회의 등이 대표적인 온택트 활동이다.

소비 활동에서도 역시 온택트의 흐름이 강세다. 올해 9월 초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 9625억 원으로, 200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온택트가 더욱더 늘어나 음식서비스(1조 3780억 원)와 음·식료품(1조 5987억 원) 거래액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66.3%, 46.7% 증가했다. 반면에 외부 활동 자제의 영향으로 문화 및 레저 서비스(630억 원)와 여행 및 교통 서비스(7779억 원) 거래액은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67.8%, 5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흔히 통계를 내비게이션으로 비유한다. 정부나 기업, 가계가 의사 결정을 할 때 방향을 잘 설정하고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통계가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그 흐름과 방향을 잘 해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GPS를 탑재한 ‘통계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

올해는 이 통계 내비게이션의 GPS를 더욱 정밀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2020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는 해이다. 인구주택총조사는 11월 1일을 기준으로 인구·가구·주택과 관련하여 상세한 자료를 수집하는 대규모 조사이며, 매 5년마다 실시한다. 올해는 국민의 응답 부담을 줄이기 위해 행정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행정자료 활용이 어려운 항목들에 대해 표본가구 20%를 선정하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기간은 오는 10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인데,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인터넷 조사, 모바일 조사, 전화 조사를 먼저 실시한다. 이런 방식의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가구에 대해서는 조사원이 면접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수집된 자료를 통계 내비게이션에 탑재한다면,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과 상황을 정확하고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에만 국가대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통계조사에도 ‘표본’이라는 국민 대표가 있다. 이번 2020 인구주택총조사의 대상인 표본가구 20%가 우리나라 통계의 국민 대표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제공하는 소중한 답변은 대한민국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국가 자산이 될 것이기에 이번 통계조사에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동남지방통계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