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던 1991년 10월 한 매체의 보도로 ‘호화요트’ 논란에 휩싸였다. 인권변호사 활동은 과장됐고, 호화요트를 즐겼다는 내용이었다. “원고가 깨끗한 정치인이고, 인권변호사라는 일반적인 평가와 달리 재산을 얻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부도덕한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노 전 대통령의 절친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요트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노 전 대통령이) 1978년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뒤 친구 네 명이 부부동반 계모임을 했어요. 200만 원만 주면 요트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을 모아 요트 2대를 만들어 일요일이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탔죠. 요트가 없는 대학 요트 동아리 학생들과도 함께 탔어요. 이게 나중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호화요트로 둔갑을 했더라구요.”

법원 판결로 사건의 실체는 가려졌지만, 요트가 많이 보급된 요즘도 요트 취미활동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가장 싸다는 세일링 요트도 장만하려면 수천만 원이 드는 데다, 요트 계류장 등 기반시설도 부족해서다. 개인이나 회원제로 요트를 소유하지 않은 이들이 요트를 타려면 요트학교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친구들의 요트 취미활동은 상당히 선진적이었던 셈이다.

추석 연휴기간인 지난 3일 요트가 불쑥 대중의 입길에 올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여행차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보도에 따르면, 강 장관의 남편은 뉴욕에서 최소 2억 원으로 추산되는 요트를 구입해 친구들과 미국 동부 해안과 카리브해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 삶을 사는 건데,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강 장관 남편의 말처럼 여행은 인간의 기본적 자유다.

하지만 자유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렸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그에 어긋난다. 외교부는 지난 3월 해외여행 취소 또는 연기를 당부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뒤 매달 재발령하고 있다. 미국 역시 코로나 2·3단계 분류국 입국자에 대해 14일 격리 등 제한을 가하는 상태다. 이런데도 출국을 강행했으니, “외교부 수장이 남편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자제 요청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로 계층간 위화감 조성도 우려되는 마당이다. 사회지도층의 공동체 배려가 아쉽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