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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제7광구의 검은 진주 /김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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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9-08 19:13:3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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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봉했던 ‘7광구’라는 영화는 제주도 남단 먼바다에 떠있는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의 시추작업 중 심해 괴물이 나타나는 액션영화였다.

영화 속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의 7광구는 지금은 거의 잊혔지만, 한때는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실제의 7광구는 제주도 동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바다 밑 대륙붕으로, 한일공동개발구역의 일부다. 한일공동개발구역은 대한민국 국토의 80%에 달할 정도로 넓다.

우리 정부는 1970년대 미국의 한 정유회사에 석유 매장을 확인하는 시추 작업을 의뢰했다. 막대한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정부는 이곳을 대한민국 대륙붕으로 선포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반발했고, 1974년 양국은 이곳에서 석유를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한일대륙붕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1978년 발효됐다. 당시 전 국민이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1980년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있는 곳, 제7광구 검은 진주…’라는 가사의 노래 ‘제7광구’까지 유행했다. 그렇지만 경제성이 크지 않다는 결론에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1980년대 들어 일본은 일방적으로 탐사를 중지하고는 시간만 끌었다. 석유 매장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일본 측 명분이다. 우리 쪽 전문가들은 석유·천연가스 매장을 확신한다.

실제로 시추 작업에서 석유가 확인됐다. 바로 인근에 중국의 유전이 있기도 하다. 협정에서 어느 한쪽만의 탐사·개발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단독으로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일대륙붕협정은 50년간 유효하므로 8년 뒤인 2028년 만료된다. 일본이 탐사를 거부하고 있어, 우리도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시간만 흘렀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다. 자칫하다가 한일공동개발구역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협정이 만료되면, 중국까지 이곳에 대한 영유권 다툼에 끼어들 수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불리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으로 이곳을 개발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8년 남았다. 만료 시기가 다가올수록 이 문제는 수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협정 당시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해양 탐사를 할 기술과 장비가 없었다. 기술·장비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에 웬만한 나라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해양과학기술이 많이 발전해 독자적인 심해 자원 탐사를 할 수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은 물론 공해상과 타국 EEZ에서 심해저 광물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물론 장비나 전문 인력 보강은 더 필요하다.

굳이 공동개발을 해야 하는 석유자원 탐사가 아니라도 좋다. 이곳에서 해저환경에 대한 과학적 탐사는 못할 이유가 없다. 제주분지에 대한 해양지질학적 연구를 위해 바다 바닥의 퇴적물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3차원 탄성파를 이용해 해저지층 구조가 어떤지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석유 매장을 유추할 과학 자료도 얻을 수 있다.

시간을 끌던 일본이 달라졌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측량선 헤이요(平洋·4000t급)호를 이용해 지난 8월 중순부터 한일 간 관할권 주장이 중첩되는 해역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이 배는 올해 취항했으며, 멀티빔사이드스캔소나(multi-beam side scan sonar 다중측면주사음향측심기), 자율운항무인잠수정(AUV;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자율무인수상정(ASV; Autonomous Surface Vehicle) 등 최첨단 탐사장비를 갖췄다.

멀티빔사이드스캔소나는 음파를 해저면에 비스듬히 쏘아 되돌아오는 반사음파를 받아 해저면 형태와 상태를 영상화하는 탐사장비다. 해저지형 파악은 물론 침몰선 탐색과 해저 자원 탐사 등도 가능하다.

AUV나 ASV는 무인 잠수정·수상선박을 말한다. 이 장비에 여러 센서를 달아 원하는 해양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일본이 이런 이례적인 조사를 시작한 것에서 언제든 협정을 위반한 석유 자원탐사를 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유엔해양법은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주변 바다가 유난히 시끄러운 이유는 중국 일본이 너무 가까워 배타적경제수역이 겹치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 마찰이 있는 제7광구 문제는 해양영토 관리차원에서 독도문제에 견줄 만큼 중요하다.

8년이 지나면 종료될 한일대륙붕협정에 대비해 우리는 일본과 윈윈할 수 있는 현명한 논의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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