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자주 접하는 이슈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교육이다. 그런 논의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원격수업으로 대변되는 에듀테크이고, 이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고민한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시민과 대중이 자칫 교육에 접목되는 하이테크를 마치 미래교육 자체로 인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에듀테크는 앞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교육방법의 하나이며 이에 따른 교육 생태계의 변화일 뿐 그 자체가 미래교육이 될 수는 없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에 대해 공유된 비전이 없는 듯하다. 있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 어떻든 좋은 대학에 가 각자도생하게 하는 것인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차례 연기 끝에 ‘개학 등교’가 학교급별, 학년별로 이뤄졌고, 그 시작은 고3이었다. 학교 역할이 배움과 돌봄에 있다 할 때, 저학년부터 등교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 이렇게 조처한 것은 대입을 우선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 자주 거론된 문제가 코로나19에 따른 대입에 대한 것이었다. 10년 전쯤 어떤 일간지에 ‘초등학교 때 쓴 독후감, 대학입학사정관이 본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독서의 즐거움마저도 대입에 저당잡히고, 초중등교육의 종착점을 대입에 두는 교육정책은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이 정부에서는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을 확대하는 등 입시의 퇴행성마저 보인다.
그래도 미래교육을 논의하는 장이 더러 열리는 것은 코로나19가 준 선물인 듯하다. 어쩌면 우리가 이 시점에 제대로 방향을 잡아 교육정책의 반듯한 고갱이를 만들어간다면, K 방역과 같은 K 교육도 가능하리라. 그러기 위해서 먼저 우리 문제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경쟁 속에 내던져져, 학습된 내용보다는 등수에 의해 스트레스와 좌절감이 점철되는 학생, 교사 효능감을 상실한 채 집단적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선생님들 그리고 지역 ‘생태계’에서 고립된 섬으로 존재하는 학교에는 관계 결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교직 생활에서, 특히 2곳의 학교와 지역교육을 경영한 경험에서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면 자신이 사는 환경 속에서, 그리고 구성원들 사이에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교육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좋은 관계 맺기’를 통해 서로 신뢰하며 모두가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하면 좋은 관계 속에서 강한 자아(自我)를 갖는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 것이 우리 미래교육의 지향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지향에서 지속가능한 교육이 되려면 학생이 그 지역의 ‘유예된 주민’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그 지역의 주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타인들 사이에서 좋은 관계를 맺으며 교과서 안에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내 삶과 연결된 지식으로 확장해나가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학생은 다양한 주체와 만나 연대하고 공감하며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계발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 뉴질랜드 아던 총리,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 핀란드 마린 총리 같은 젊은 지도자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른이 먼저 모여 앉아 어떻게 지역 학생의 건강 돌봄과 함께 학교 밖 학습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것인지, 어떻게 공동체의 협업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지 등을 모색하는 한편, 지역 문제를 드러내고 함께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러한 지역사회교육을 ▷학교 중심 ▷기관간 협력 ▷지역사회 중심 형태로 나눈다. 학교 중심은 마을교육공동체로, 지역사회 중심은 마을공동체로 볼 수 있다. 부산시교육청의 다행복교육지구 사업은 이 모두를 아우르는 지역사회교육 자체를 표방하기에 일반 자치단체와 연계 협력체제를 더욱 정교하고 공고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네가 있어 내가 존재한다는 공존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였으나, 급속한 산업 발전에 함몰돼 잃어버리고 파괴된 것이 많다. 결국 다행복교육지구 사업은 우리의 옛 ‘마을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이는 곧,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말하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이기도 하다. 우리 고유의 마을성에 기반한 교육으로 에듀테크를 적용해간다면 미네르바 학교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교육인·전 충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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