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반경이 매우 좁아졌다. 내가 호흡하는 공기를 의심하고 있다. 심지어 공기 속에 떠도는 먼지의 흐름까지도 느낄 수 있는 요즈음이다. 기침을 했을 때 시속이 어떻게 될까. 입에서 튀어나온 비말의 전파 범위가 어느 정도일까. 실제로는 공기가 더 깨끗해졌다고도 한다. 하지만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지인 한 분이 계신데 그분은 기저질환자이다. 기저 질환이 없는 우리보다 과민할 수밖에 없다. 피치 못하게 누구를 만나더라도 서로 ‘정식 마스크’를 하고 상당한 거리를 두고 만난다 한다. 사람이 모인 실내에는 가지 않는다. 마스크를 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기피한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식당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혼자 해결한다.

너나없이 공기 속에 떠도는 유령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그 유령들과의 생활도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벌써 몇 개월째인가.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그렇다고 나만 힘든가, 다 힘들다. 처음엔 번거롭기만 했던 방역수칙도 이제 익숙하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욱더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 눈에는 유령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본래 귀신의 가장 강력한 적은 ‘순수한 영혼들’이다.

‘슬기로운’이란 형용사가 유행한다. TV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시작된 듯도 하고 그전에도 비슷한 표현을 썼던 것 같기도 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와 ‘슬기로운 하드털이’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나왔다. 이제는 ‘슬기로운 방역생활’이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때를 맞춰 국제신문의 ‘메디칼럼’ 지난 6월 16일 자 ‘슬기로운 선별진료소 사용법’을 접했다. 진료소 정보도 유익했지만, 가장 눈길을 끈 건 방역관계자 여러분이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언급한 부분이다.

엄청난 무게와 두께의 방호복을 입고 벗는 데 얼마나 힘든지를 세밀하게는 모르고 있었다. 레벨D 방호복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중 덧신, 이중 장갑, 전신 보호복, N95 마스크, 고글, 앞치마 등 순서에 맞춰 입어야 하고 벗을 때도 일일이 알코올로 닦으며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초보자는 벗는 데만 대략 20분 넘게 걸린다. 벗는 과정에서도 매우 주의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맨손이나 민얼굴에 묻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샤워로 마무리한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오면 얼마나 더 힘들까 아찔하기만 하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Ghostbusters, 1984)의 등장인물들이 떠오른다. 광선총으로 무장하고 방호복(?)을 입은 이들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유령 퇴치’에 나선 사람들이다. 일종의 코믹 장르인 이 영화는 재미있고 웃긴다. 웃기는데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지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절대로 웃지 못할 상황이다. ‘고스트 버스터즈’ 가 아니라 ‘코비드 19 버스터즈’가 생겨나기를 바란다. 바이러스는 국적이 없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연쇄살인범이다. 백신이 하루빨리 개발되어 위기의 지구를 구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전까지 우리는 유령들과 싸워야 한다. 유령들과 춤을 추어야 한다. 유령을 더욱 잘 분석해서 유령이 질색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유령은 공기 속에서도 살지만 물속에서도 산다.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크 워터즈’(Dark Waters, 2019)란 영화를 보았다.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 속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들, 기형아 출생과 중병 환자 발생의 원인이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심지어는 이들 독성 물질이 프라이팬부터 콘택트렌즈, 아기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고발한다. 그 피해 규모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이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유령의 공격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최신 의학 정보가 필수다. 국제신문의 역할을 기대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