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20대 남성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해 논란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를 한 차례만 만난 점 등을 정상 참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고인의 죄질을 고려하면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주장한다. 법관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법원이 인격 살인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에는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최근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앞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여기에다 사회 지도층의 잇따른 성과 관련한 추문은 더욱더 엄격한 법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벼운 처벌은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가 아니며, 죄를 지어도 사회적으로 퇴출당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비판적인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관대한 판결은 범죄를 키우고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법원의 판결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미국 법원은 우리 재판부와 달리 손 씨 사이트에서 영상을 단 한 차례 내려받은 사람에게 징역 70개월을 선고했다.

국가의 형벌권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발본색원해야 할 범죄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 엄벌 의지를 국민에게 입증하는 게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법 당국은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하겠다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마땅하다.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법 시스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가중될 것이다.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사법부의 인식 수준은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다. 더욱이 요즘은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기준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