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사실상 전면 수용했다. 대검찰청은 어제 “채널A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일주일 만에 나온 윤 총장의 최종 입장이다. 이는 윤 총장이 사건을 지휘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극한으로 치닫던 법무부와 검찰 간 대립은 일단 파국을 면하게 됐다. 갈등은 외형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전망이다. 추 장관도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양측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으로 보기에는 이른 것 같다. 대검은 지휘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추 장관의 수사 지휘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 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며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을 언급했다. 추 장관은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며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맞받았다.

앙금이 서로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는 사태의 원인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양측은 여전히 부당한 지시라며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 게다가 외부 요인은 사태 전망을 불안하게 한다. 특히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추 장관 입장문 가안을 사전에 노출해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벌써 야당은 국정농단이라며 정치 공세에 나섰다.

걱정인 점은 양측 갈등이 다시 표출될 경우다. 그때는 봉합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국가기관 간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더는 감정적인 대립과 양측 조직을 흔드는 행위는 자제하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옳다. 수사팀도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지휘권 논란이 정리된 만큼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