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겪는 문제는 ‘소수의 걱정거리’일까. 학업, 생업, 젠더 등 대학생이 겪는 논란거리가 사회에서 잘 논의되지 않고, 대학 사회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장마철 누수처럼 찾아오는 문제가 대학생에게도 있다. 강의가 적게 편성돼 수업을 듣지 못하는 대학생이 비일비재하다. 대학 내 공간 부족, 자취방과 기숙사 치안 문제, 생활비와 등록금 문제를 학기마다 겪는다.

대학생 모두 이를 경험하지만, 사회인이 된 뒤에는 너도나도 겪었던 일로만 남는다. 기성세대도 대학 사안은 ‘찬밥’처럼 여긴다. 모두가 대학 시절 겪었던 문제를 ‘걱정거리’ 정도로 대우하는 것이다. 과연, 대학생이 겪는 문제는 사회에서 논의될 필요나 가치가 없을까?. 대학생이 겪는 문제는 왜 대학 사회에만 머물러 있는가.

대학생이 겪는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발전하거나, 다수의 관심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사회와의 접점(공통성)이다. 그 예로, 숙명여대에 트랜스젠더의 입학이 무산됐던 사안을 들 수 있다. 이 사안은 ‘페미니즘’ ‘혐오’와 맞닿아 있었기에 사회적 논의로 발전했다. 사회 속 공론장으로 숙명여대 사안이 넘어오는 데에는 언론의 역할도 있었다. 주간지 ‘시사IN’은 ‘혐오, 선을 넘다’는 기사로 다른 사회적 사안과 이 사안을 연계했다. ‘한겨레’는 ‘여대는 ‘생물학적 여성’이 안전한 곳인가’를 주제로, 이 사안을 통해 페미니즘 담론을 끌어냈다.

그 결과,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사안은 누구나 아는 사회 공통 관심사가 됐다. 대중성 있고, 주류에 속하는 논의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사례다. 아쉽게도, 대학생이 겪는 문제가 대학생만 겪는 걱정이자, 소수나 비주류가 겪는 일로 남는 경우가 더 많다.

올해 대학생의 큰 걱정거리는 ‘등록금 반환’ 문제다. 많은 대학생이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만족할 수 없는 온라인 강의와 사용할 수 없었던 대학 시설’이 그 이유다. 전국대학학생회 네트워크는 6월 24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시작했고, 40여 개교 3500명 학생이 여기 참여했다. 교육부는 이 소송에 대해 대학과 학생이 협의할 문제라고 답변하며, 일단락지었다.

등록금 반환 논란은 대학 사회에서 자체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이를 논의하기 위해선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사회에서 대학이 공공재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 또는 개인의 ‘지위재’ 역할만 수행했는지 말이다. 등록금 반환 논란은 대학생-비정규직 노동자-대학-정부가 연관된 중대한 사안이다. 대학-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 재정적 부담을 지워버린다면, 대학은 재정난을 피하기 위해 우선 구조조정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청소노동자부터 시간강사까지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다. 대학이 사회에서 하는 고유한 역할이 있다면, 재정적 책임의 소재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사안은 사회에서 무게감 있고 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등록금 반환 논란은 대학생만의 걱정거리라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다.

그런데도 등록금 반환 논란은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못한다.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대학생의 목소리는 ‘대나무숲’과 ‘에브리타임’ 등 대학 내 커뮤니티에서만 맴돈다. 올해 1학기 개강을 하고 많은 단체가 등록금 반환 목소리를 냈다. 이번 학기가 마무리될 때쯤, 언론이 이 사안 보도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 분석에 초점을 둔 기사가 대다수였다. 또한 등록금 반환 논란에서 짚어야 할 여러 논점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등록금 반환 논란을 비롯해 대학생이 겪는 여러 사안도 첨예하게 언론에서 다뤄지기를 바란다. 더는 기성세대 시선으로만 대학생을 바라보면 안 된다. 대학생은 엄연한 사회 구성원이다. 그들만의 사회적 역할이 있다. 한국에서 청년의 전체 인구 비율이 25% 정도다. 대학생의 사안이 사회에서 주류의 비중으로 다뤄져야 할 이유다. 언론이 대학생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바라본다면, 논의할 의제가 상당하다. 이 글에서는 등록금 사안을 이야기했지만, 대학생이 겪는 문제는 더 많다. 대학생 문제가 비주류의 걱정거리로 다뤄지지 않기 바란다. 배현정 부산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