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에 접어든 민선 7기 지방정부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의 먹거리 마련이다. 부산·울산·경남도 예외가 아니다. 부울경에는 과제가 하나 더 있다. 동남권을 수도권에 필적하는 대한민국 발전 축으로 가꿔나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세 지자체 각자 이익과 모두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동남권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부울경의 ‘코로나 이후’ 과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부울경은 ‘동남권 메가시티’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광역교통망 등 각종 협력사업을 통해 부울경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생활공동체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지리·경제·역사·문화적 연관성을 지닌 부울경의 각자 홀로서기는 어렵다. 부산의 항공물류산업, 경남의 제조업, 울산의 수소산업은 서로 긴밀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제조·물류 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세 산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가 필요한 까닭이다.

‘동남권 메가시티’ 건설은 수도권 중심주의에 짓눌려 고사 위기에 처한 부울경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맞서 자생하려면 경쟁력 있는 경제 규모를 갖춰야 한다. 경제뿐 아니라 문화까지 아우르는 생산력과 소비력을 구비해야 수도권에 쏠렸던 사람과 물건의 흐름을 지방으로 되돌릴 수 있다. 부울경 세 지자체장이 최근 동남권 관문공항을 비롯한 공통이익 추구에 의견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처럼 할 일은 막중한데, 세 지자체장의 처지는 그리 탄탄하지 않다. 김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송철호 울산시장은 선거 부정 의혹으로 각각 법정에 선 상태이다. 또 부산시장은 1년 단기 대행체제이니 안정적인 사업 추진에 의문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동남권 공동체’ 건설은 세 지자체장만의 과제일 수는 없다. 어느 누가 부울경 지자체를 맡더라도 반드시 완수해야 할 명운이 걸린 사업이다. 지상명령이나 다름없다. 그런 만큼 세 지자체장의 손길을 넘어선, 지자체 자체의 역량으로 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