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이후 유럽이 부상하고 중국이 몰락하는 역사를 보면, 핵심 변수로 ‘해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5세기 이전에는 중국, 페르시아, 인도, 오스만제국 등이 세계사의 주역인 반면 유럽은 평범한 조연에 불과했다.

유럽의 부상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것으로 시작한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대항해 열풍이 일어난다. 유럽은 동쪽을 제외하고는 깊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이렇다 보니 교류는 없고, 여러 지역으로 분열돼 서로 다투기 바빴다. 해양으로 나아가는 대항해를 통해 유럽은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세계 주역으로 등장한다.

반면, 중국을 보자. 당시만 해도 농업, 공업, 교역, 도시화 등에서 가장 앞섰다. 해상활동도 단연 인상적이다. 명나라 정화는 해상을 통해 아라비아, 동아프리카, 인도, 인도네시아, 타이까지 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콜럼버스의 항해보다 87년 앞선 것이다. 2만7000명 승무원과 317척 선박으로 이루어진 선단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중국은 15세기 이후 해상교통, 무역, 어업 등을 제한하는 해금정책(海禁政策)을 채택해 해양에서 멀어진다. 이후 몰락의 길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도입될 때까지 500년 가까이 지속된다.

조지 매그너스의 저서 ‘업라이징(Uprising)’에는 탐험가, 해군, 상인이 아시아라는 거인의 어깨를 강제로 짓밟고 올라가 획득 또는 갈취했기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탐험가, 해군, 상인이 해양을 통해 세계 패권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해양 개념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은 해양에 관한 모든 사항을 규율해 흔히 ‘바다의 헌장’이라고도 일컫는다. 1994년 발효된 이 협약은 해양, 해저 및 해저 양뿐 아니라 해양 상공의 대기 등의 ‘관리와 보호’에 관한 제도적 틀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규정해 각 국가가 해양에서 권익과 관할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1996년 신설된 한국의 해양수산부는 신해양시대를 대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때 폐지됐던 해양수산부를 2013년 부활할 때의 논리도 글로벌 해양 경쟁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해양시대 질서에 대응하고, 해양과학기술 발달을 통해 국가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연안지역을 넘어 영해, 배타적경제수역, 공해, 타국 내 해외 전진기지 등 광대한 해양영토와 자원을 개발하겠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해양수산부는 설립 취지와 의미를 정확하게 반영하여 역할하고 있는가. 다소 의문이다. 해양수산부의 업무목록을 보면 신해양시대 개념에 비춰 참신한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유엔의 BBNJ(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협약 논의에서 매우 소극적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공해상에 해양보호구역(MPA)을 지정하고 생물다양성 정보를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BBNJ는 국가관할권 바깥 해역, 즉 공해와 심해저에서 해양생물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우울한 소식도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남해안에 빈발하는 적조 현상이 산소 결핍을 심화한다. 남해안 적조가 경남 진해만과 가막만 양식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경기 시화만에서는 어류의 대량 폐사 등을 일으켰다.

해양수산부의 행정과 정책에 우호적인 시각을 보내는 것이 망설여지는 대목은 여럿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옛 현대상선) 지원, 부산 북항 난개발 논란, 미세플라스틱 논란에 따른 청소년의 수산물 기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출 기도, 중국의 조선·해양·항만 굴기에 대한 정책과 태도가 그러하다. 국가적·세계적 어젠다는 없고, 공급자 중심 전통적 행정에서 못 벗어난 느낌이다.

해양수산부는 신설과 부활에서 제기된 어젠다를 한번쯤 들여다보아야 한다. 또한 정책의 중심이 기업과 공급자에 대한 지원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급자보다 수요자를 바라봐야 한다. 정책의 수혜자가 국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강무현 회장과 부산항발전협의회 박인호 대표, 이승규 대표 등이 간담회를 갖고 해양수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신개념의 탐험가, 해군, 상인을 발굴해야 한다. 2022년 3월 대선 이후 또 해양수산부 해체 논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동현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