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미선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고 원 구성을 완료했다. 여야는 마지막 협상에서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에 대해 집권여당이 우선 선택권을 갖는 것, 전체 상임위원장 11대 7 배분 등에 의견 접근을 봤으나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과반수 정당의 상임위원장 독점 체제는 1988년 12대 국회 이후 32년 만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모든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독식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개원 협상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 일하는 국회를 좌초시키고 민생을 어렵게 만든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의 말처럼 지금 국회는 3차 추경안 처리 등 시급한 현안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명분이 옳다 해도 끝까지 야당을 설득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러니 협치를 무시한 채 176석이라는 거대 의석만 믿고 무소불위로 독주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래통합당 또한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음으로써 이 같은 파행을 자초한 책임이 크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던 관행만을 고집하며 벼랑 끝 전술로 맞서다 여당에게 단독 원 구성 빌미를 제공했다. “민주당이 상생과 협치를 걷어찼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통합당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표면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당리당략을 위해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쨌든 뒤늦게 원 구성을 마무리했지만 현재의 기형적 구조로는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리 만무하다. 일단 통합당은 국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 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출발부터 삐걱거린 상황에서 당분간 정국 경색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분명한 건 여당 독식 상임위원장 체제가 그대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의 뜻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추경 처리가 시급하다면 그 후에라도 다시 여야가 머리를 맞대 바로잡아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