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국회가 닻을 올린 것이다.

이미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 속에서 막을 내렸던 제20대 국회의 멍에를 벗어던져야 할 상황에서 지구적 재난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야 할 과제까지, 21대 국회의 책무는 그 어느 때 보다 막중하다.

우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본회의와 상임위원회의 정례화, 과반 정당을 중심으로 상임위원장 배분 법제화 등을 통해 분쟁이 아닌 정책 경쟁, 책임정치와 협치 정치가 선순환하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의 위치가 바뀌면 말과 행동이 반대가 되는 악순환의 정치 고리, 자의적 정치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의사에 비례하는 국회 구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과연 국민의 의사, 유권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어 출발하고 있는가에 대한 솔직한 성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쟁과 대립에서 협의와 조정의 정치로 바꾸려면 그리고 생산적인 국회가 되려면 지역구 중심의 1등 독식 선거제도, 2등부터 나머지 국민의 의사는 휴짓조각이 되어버리는, 대의민주주의에 위배되는 현행 선거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정책 방향과 노선, 행태가 각각 다른 구성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모이고, 헤치고 하는 식의 구태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무조건 1등만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현재의 선거제도가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하는 것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사가 국회라는 공론의 장에 들어와서 서로 경쟁하고 서로 소통하며 견제하고 연합하는 선진 정치를 여당과 야당 모두 마다할 명분도, 현실적인 이유도 없다.

21대 총선 결과, 정의당과 국민의 당이 각각 10%, 7%에 가까운 정당득표율을 올리고도 5석, 3석의 비례대표 의석밖에 가지지 못했고, 민주당과 통합당이 각각 49.9%, 41.5%의 지역구 득표율을 올렸는데 실제 지역구 의석은 각각 163석과 84석으로 64.4%와 33.2%의 점유율을 가지는 이 불일치를 그대로 두고 ‘최악의 국회’라는 딱지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하나 강조할 것이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을 통한 국정 운영의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중앙집권, 수도권 집중을 기반으로 하는 국정 운영은 과거 고도 성장 시기의 발전 전략으로,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동안 지방소비세의 도입과 인상, 공공기관 이전 등이 시행되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법 마련, 자치경찰 관련법 입법, 자치재정 확대 등의 지방분권은 지지부진하고,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려는 유턴 기업과 관련한 수도권 우선 정책 등과 같이 균형발전과 거리가 먼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지방정부의 역할이, 지방자치의 활성화가 중앙정부의 기능에 못지않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중앙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사례만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중앙정부, 중앙정치와 지방정부, 지방정치의 분권을 통한 수평적, 균형적, 상호적 국정운영 체계 없이는 지역소멸을 막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할 수도 없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언제까지 국회의원이 지역구의 작은 도로 건설, 복지 관련 시설 유치 등과 같은 지방의원의 역할까지 하고 있을 것인가. 가속화하는 수도권 인구 집중, 반복되는 수도권 신도시 건설의 악순환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자치입법, 자치재정, 주민참여 등을 확대·강화하고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을 비롯한 수도권의 다이어트를 촉진하며, 영남과 호남 등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관련 입법에 21대 국회는 조속히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20대 국회에서 무산되었던 ‘지방분권개헌’을 21대 국회는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최악의 국회’에서 ‘최선의 국회’로 가는 길을 마다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