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제 인류 역사는 코로나 이전(BC)과 코로나이후(AC)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After Corona)를 대비해야 한다.
K-방역에 자신감을 얻은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포스트 코로나 위기 해법으로 한국형 뉴딜정책을 내세워 “더 푸르게(그린뉴딜), 더 스마트하게(디지털뉴딜), 더 공정하게(고용안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향후 국제질서의 변화다.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가 지적하고 있듯이 팬데믹이 지난 후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문제는 다가올 경제 후폭풍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욱 커져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슬기로운 글로벌 경제생활’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지역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 않다. 예상보다 심각한 징후가 뉴스 보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지역 100개 기업 중 70곳이 문을 닫을 전망이다. 부산지역의 지난달 취업자 감소율은 전국 17개 시·도 중 2위다. 지역 경제는 그야말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파산 직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 정부가 내놓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 대책은 비수도권 지방 홀대와 수도권 중심 일색이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38년 동안 유지되어 온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수도권 소재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제도의 지원 조건은 대폭 강화됐다고 한다.
정부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9일 발간한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 방향’ 보고서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수도권 인구 과밀화를 억제하고 비수도권 대학 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총량제가 학생의 전공과 직업 간 불일치를 야기한다고 진단하며,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를 주문한다. 참고로 지난 10년 동안 부산지역 대학생 수는 7.9% 감소했다. 작년 12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대졸자 취업 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평균은 67.7%, 서울이 68.6%였다. 인천은 71.6%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으며, 부산 지역 대졸자 취업률은 64.8%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오늘날 청춘들이 가장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이 과연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것일까? 중앙과 지방 간 격차를 더욱 커지게 할 게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국제신문은 많은 지면을 통해 이와 관련 뉴스 보도를 이어오고 있으며, 칼럼과 사설을 통해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문제 제기와 비판만으로는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단순히 재난 사태로만 바라보아서는 곤란하다.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전염병은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급변시켰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과 극복을 경제논리만으로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코로나 이후의 지역 언론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민의 삶과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단체, 지자체, 정당 및 연구기관 등과 협력하여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물론 이런 논의 과정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작년 집권 여당의 대표가 공공기관 지방 추가 이전 계획을 발표했을 때 중앙 언론은 일제히 ‘서울 황폐론’을 들고나왔다. 현재 지방의 현실은 황폐화를 이미 넘어 소멸화로 가는데 말이다. 현재 정부의 한국형 뉴딜정책은 수도권으로 “더 집중하게” 될 조짐이 농후하다. 지역 언론이 지방 분권과 자치에 대한 지역민 의견을 수렴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문에 누가 현답을 줄 수 있을까?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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