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지 오래다. 노동 생산성보다 임금 상승속도가 빨라 기업의 투자여력이 약해졌다. 연 1%대 성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value chain)마저 무너진 상태다. 부산의 제조업도 원가 상승과 수출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1등은 물론 2, 3등 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승자독식의 시대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1등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일본의 핵심기술 한국수출 금지조치나 세계 G2인 미국과 중국의 끝없는 ‘경제전쟁’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 전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대중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우리 역시 부단한 연구·개발(R&D)을 통한 독보적 기술 확보 노력으로 ‘글로벌 리딩컴퍼니(Global Leading Company)’를 목표로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부산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비교적 조화롭게 구성된 대도시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도 어느 도시보다 많은 편이다. 산·학 협력을 통한 첨단기술 개발과 졸업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우량기업이 많아져 취업까지 보장되는 선순환 제조업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실현해내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4차 산업혁명 메카를 꿈꾸는 부산의 도약을 위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은 해외 의존도 완화와 핵심소재 자립화를 통한 글로벌 기술 선점을 위해 서둘러야 하는 과제다. 정부도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올해 예산을 대폭 확대해 편성했다. 3대 분야인 ▷소재부품 패키지형 ▷전략핵심소재 자립화 ▷이종기술융합형 사업 97개 신규 과제를 선정해 지원에 나섰다.

부산시도 전통 주력산업인 신발·자동차·조선해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4차 산업혁명시대 고부가가치화 전환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연구기관과 함께 주력산업에 접목 가능한 탄성, 점·접착, 해양융복합 등 핵심소재의 필수 기술개발 과제를 도출했다. 이러한 기획과제를 산업부 2020년 소재부품기술개발 신규 지원과제에 반영시키는 결과도 낳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기획된 과제들은 현재 대부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전통 주력산업은 물론 소재부품 핵심기술 개발과 자립화 뿐 아니라 ‘뉴노멀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산시는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대응책으로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포스트코로나 3단계 경제대응 전략’ 일환으로 ‘제조업 경영안정’ 지원을 위한 경제활성화 전략회의를 가진 바 있다. 가장 긴급한 포스트코로나 ‘내수경기 활성화 대책’을 시작으로 경제 뉴딜 대응 전략을 구상한 데 이어 곧바로 제조업에 대한 전략 마련에 돌입하는 속도전으로 경제 활성화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한 제조업 경영 안정화 대책으로 ▷긴급 유동성 공급,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 ▷제조 업종별 맞춤 지원 ▷규제 혁신책을 마련했다. 자치법규(조례·규칙·예규) 900여 건을 전수조사해 법률에서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다는 게 규제 혁신의 골자다.

현재 주요 규제 건의과제 116건을 검토 중이며 ‘강서구 미음지구 입주업체 허용업종 확대’를 포함해 21건은 중앙부처와 협의 중이다. 규제 혁신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5, 6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녹산·장안·미음 산업단지에는 찾아가는 규제 신고센터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수출입에 의존하는 제조업체들은 실물경제 침체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다. 현시점이 위기 대응과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이 가장 절실할 때라는데 부산시도 인식을 같이 한다. 스마트공장 도입 때 마케팅·예산을 코로나19 피해기업에 우선 지원하고 스마트제조혁신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면 부산시와 산업계의 긴밀한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위기를 극복해내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부산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체질 개선을 서둘러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모든 산업과 기업에 불어닥친 위기에서 생존하고 다시 회복해 뉴노멀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혁신적 사고와 제조업 체질 개선에 나선다면 분명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