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계가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엊그제 미국에서 한 아빠가 집 밖으로 나가려던 아들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했다. 젊은 여성은 80대 노인을 밀쳐 죽였다. 사회적 거리를 두지 않았다는 이유다.

유럽의 요양병원들에선 시신 수천 구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탈리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의 몇몇 교도소는 폭동으로 들끓었다. 사재기, 식량 약탈, 인종차별은 오늘도 여전하다. 모범 방역국 싱가포르는 개학하자마자 감염 사태가 들불처럼 번져 큰 혼란에 빠졌다.

태국 국왕과 카메룬 대통령은 난국을 감당하지 못해 자취를 감췄다. 일등 국민이라던 일본의 재난 상황은 총체적으로 참담하다. 그 대처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어려울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안다고 했던가. 이번 사태로 새삼 느꼈다.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는 걸. 선진 외국들의 일탈에 비해 우리는 잘 인내하며 질서정연했다.

우리는 지난주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했다. 그러면서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차 팬데믹이 올 거라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무증상 확진자가 무려 30%가 넘는다며 걱정한다. 재감염자와 감염 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장기전이 될 것 같다. 큰일이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더 버텨낼까. 일상생활 패턴이 깨져버린 지 벌써 넉 달째다. 많은 이가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블루’다. 개인 차는 있다. 평소 외로움을 잘 타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더 위험하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다 잃는다. 긍정 마인드와 체력으로 기나긴 싸움에 맞서야 한다. 어찌하면 좋을까. 매일 운동하자. 가급적 한적한 야외로 나가자. 푸른 숲은 바라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스르륵 풀린다. 숲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명품 산소는 심신을 깨끗이 씻어준다. 적당한 햇빛은 면역력을 쑥쑥 키워준다. 15분이라도 빨리 걷거나 천천히 달려보자.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등의 행복 호르몬이 팍팍 생긴다.

꾸준히 운동하면 방어 체력도 향상된다. 이것은 재난 상황을 견뎌내는 체력이다. 재난 때는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바이러스 감염 등 생물적 스트레스는 물론 긴장 슬픔 공포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 배고픔과 불면 등의 생리적 스트레스, 추위와 더위, 진동과 강풍, 대기오염과 산소 부족 등의 물리·화학적 스트레스까지.

사람마다 체력 상태가 다르듯 스트레스 수준도 같지 않다. 똑같은 극한환경이라도 어떤 이는 침착하고 어떤 이는 당황한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2차 발병을 초래한다. 밥 먹듯 운동하자. 그래야 입맛이 돌고 숙면한다. 그러면 면역력도 향상된다.

요즘 가족끼리 집안에 오래 머물다 보니 가정불화가 잦아졌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가정폭력이 큰 골칫거리가 됐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가 언제 요즘처럼 온 가족이 함께 지내봤던가. 좋은 기회라 여기자. 소중한 가족과 함께 운동하자. ‘함께 운동하는 가족은 늘 화목하다(The family that plays together stays together)’는 격언도 있다. 운동하며 소통하고 위로하자. 눈앞의 황금연휴부터 그렇게 보내자.

코로나 쇼크로 ‘언컨택트 시대(uncontacted age)’가 돼 간다. 사회 단절이 지속하자 경제지표들이 더 곤두박질쳤다. 민간소비 절벽, 수출 마비, GDP 역성장, 곧 닥칠 일자리 쓰나미 등 모든 게 암울하다. 그러나 어찌 포기하랴.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을 터.

육유는 ‘유산서촌’이란 시에 희망을 이렇게 새겼다. “첩첩산중 겹겹물길이라 길 잃었다 여겼더니 저 버드나무 그늘 너머 예쁜 꽃마을 있더라(山重水複 疑無路 柳暗花明 又一村).” 그가 가리켰던 그 꽃마을이 애절하게 그리운 때다. 그곳이 가까이 있음을 믿자. 그리고 지금처럼 의연하게 견뎌내며 그리로 가자. 긍정 마인드와 체력을 지닌 채.

부산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