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유례없는 상황에 경제, 사회 전반은 물론 스포츠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전 세계가 초토화되어 버렸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과의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또 가능하면 밖으로 나가지 말고 집에서도 서로가 격리해야 하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러한 상황에 우리는 놓였다.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이 상황은 지난 2월과 3월을 거치며 한국에서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는가 했지만, 지금은 유럽과 미국이 더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 유입을 염려해 전 세계 국가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아 버렸다. 전 세계의 여객기 운항이 사실상 멈추다시피 한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사태다.

그리고 세계의 모든 스포츠가 일제히 멈춘 것도 살면서 처음 겪는 상황이다. 언제나 TV 채널을 돌리면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퍼포먼스에 모든 팬이 열광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시간을 즐겼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미국에서 펼쳐지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활약에 새벽잠을 설치며 생중계에 빠져들었다.

또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의 골에 환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프로 스포츠 종목은 팬들의 저녁 시간을 풍요롭게 했다. 남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치열한 순위 다툼은 경기마다 팬을 경기장으로, TV 앞으로 불러들였다. 팬들은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또는 밤잠을 설쳐가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삶의 활력을 얻고는 했다.

만약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지금 이맘때쯤이면 스포츠의 시계는 올림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 올림픽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수들이 예선전에서 땀과 노력과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였을 터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우리 삶이 정말 다 날아가 버린 것이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던 사람들도,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었던 스포츠 경기도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개막을 채 4개월도 남겨놓지 않았던 도쿄올림픽은 1년이나 더 뒤로 연기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지난달 열릴 예정이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코로나19 확산 탓에 오는 6월로 미뤘다가 다시 한번 오는 9월로 연기됐다.

올림픽 진출권을 손에 넣기 위해 막바지 예선전에 맞춰 훈련에 열중하던 선수들은 눈앞의 목표가 사라지며 허탈해졌다. 또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선수들도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다가 다시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인 충북 진천선수촌도 모든 선수가 훈련을 멈추고 휴촌에 들어갔다.

처음엔 많은 선수와 관계자들이 당황스러워했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만 내다보며 달려왔던 숨 가빴던 시간을 잠시 멈추고 지나온 길을 한번 뒤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너무 빨리 달려오는 바람에 미처 보지 못했던 우리의 부족했던 모든 부분을 되짚어 보는 좋은 시간이 되고 있다. 또한 우리 모두가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가족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코로나19는 분명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갔지만, 우리에게 ‘다음’을 생각하고 충분히 준비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대회가 언제 열릴지 모르지만 조만간 재개될 대회를 준비하며 묵묵히 오늘도 내일도 자신과의 시간을 훈련으로 보낼 것이다. 우리는 이 상황을 잘 이겨낼 것이고 또다시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분명 코로나19가 끝나는 그날이 오면 우리 스스로 잘 견디며 극복했노라 칭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사회 탁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