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총선은 6·25전쟁 중이던 1952년의 제2대 대선 이래 가장 어려운 여건에서 치르는 선거일 게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탓에 투표소로 가는 것 자체도 용기가 필요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선거운동이 사라져 후보 얼굴조차 모르는 이가 드물지 않다. 투표율 저하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외국민 투표율이 23.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서도 그 단면이 드러난다. 이래저래 국민의 참정권이 위축될 소지가 큰 역경의 세월이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텐트 발언’ 등 일부 후보의 막말이 속출한다. 허위사실 유포 등을 문제 삼은 고소·고발도 난무한다. 위성정당과 연계한 거대 정당들의 ‘꼼수’ 선거운동까지 기승을 부린다. 모두가 정치 불신을 키워 유권자의 투표 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는 심판의 대상일 따름이지, 결코 투표 포기 요인이 될 수는 없다. 기권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시민을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독재가 싹튼다. 나 하나의 순간적 선택이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셈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민의를 올바로 반영할 대변자를 엄선해야 한다. 정치다운 정치에 대한 소망은 세파의 격랑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엄혹한 전쟁 상황이었지만 2대 대선의 투표율은 88.1%에 달했다. 선인들의 그런 치열한 삶의 의지와 난관 극복 열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참정치를 현실화하는 동력은 주권자인 시민에게서 나온다. 진정 권리 보장을 바란다면 권리 위에서 잠을 자선 안 된다.

건강권과 참정권의 모순은 10, 11일 이틀간 실시하는 사전투표로 해소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등 본인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전국 어디든 상관없이 눈에 띄는 사전투표소를 찾으면 된다. 참정권 행사는 건강권 실현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 목표 달성은 유권자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