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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도시의 안녕을 위하여 /허동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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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3-10 18:58:3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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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국가가 지난 8일 100개국으로 늘었다. 감염 국가는 당장 줄어들기보다 더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이쯤 되면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선언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한국, 일본, 동남아를 거쳐 유럽과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로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그나마 최근 증가세가 꺾인 듯하나 다른 지역은 오히려 확산 일로에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전망한다. 이탈리아만 하더라도 확진자 수가 한국을 넘어섰다.

다행히 부산은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추가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부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물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확진자와의 접촉에 따른 2차, 3차 감염이 여전히 우려되는 데다, 진정 추세 속에서도 단 한 명의 슈퍼 전파자가 나오면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되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에서 알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이나 개인위생, 거리두기 등이 필요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책도 지금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추경을 통해 120개의 음압병실을 새로 만드는 데 300억 원의 예산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메르스 때와 비슷한 규모로 지역감염이 대거 발생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구나 현재 전국 음압병상은 1027개로 산소공급 장치를 구비해놓았을 뿐 중환자 치료 장비는 대부분 갖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중환자실에는 음압병상이 없고 음압병상에는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각종 장비가 없다는 얘기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후 추진한다고 했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도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다.

공중보건 역량은 취약하고 전문가도 양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의료 비용을 편익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부산의료원은 메르스 사태 이후 사직한 감염내과 의사의 후임을 아직 못 구했다. 국방비를 비용 대비 편익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처럼 전염병 전문병원과 공공보건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도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재난은 지속되는 사전 경고를 무시했을 때 누적된 위험요소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면서 발생한 위협으로 규정된다. 즉, 메르스, 사스, 코로나19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더 다양한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변화로 신종 감염병이 앞으로 2~5년 주기로 반복해서 유행할 것이라는 지적은 결코 허투루 들을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의료 분야뿐 아니라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가뭄,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으며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 거주지나 목축지로 이동해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도 더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내세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4월 총선을 앞두고서도 정의당과 녹색당 외에는 환경정책에 미온적이다. 탄소세 도입이나 전기요금 인상 같은 문제가 뒤따르게 되어 표를 얻는 데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린 뉴딜은 기후문제, 환경문제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개혁 정책이다. 이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한 도시를 이해하려면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로 시작한다. 아무쪼록 4월 총선에서는 ‘도시의 안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후보를 만났으면 한다.

㈜상지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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