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의한 기상 이변과 지진·화산·해수면 상승 등 지구 환경의 변화는 우리의 삶에 결코 낯설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다.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소재로 한 영화도 할리우드와 충무로에서 심심치 않게 제작되고 있다. 얼마 전에 상영한 영화 ‘백두산’ 또한 대중의 적지 않은 관심 속에 흥행에 성공했다.

‘백두산’의 소재가 된 화산 분출은 지구의 역동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자연현상이다. 지금도 지구 여러 곳에서 화산 활동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15㎞에 달하는 화산재 기둥을 만든 필리핀 탈(Taal)화산의 폭발은 이를 다시 한번 뚜렷이 보여 주었다. 당시 마닐라 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금성에서도 화산 활동이 진행 중임이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지구의 역동성은 비단 화산뿐 아니라 지층·지형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구 탄생 이후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땅의 융기(지각운동에 의해 지반이 점차 상승하는 현상)와 침강(지각의 일부가 아래쪽으로 움직이거나 꺼지는 현상)이다.

흔히 우리가 생물학자로 알고 있는 찰스 다윈은 지구의 움직임에 대해 뛰어난 혜안을 가진 지질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1842년 발간된 ‘산호초의 구조와 분포’라는 저서를 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에 발달한 산호초의 모양들이 보초·환초·거초처럼 다양한 형상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해안 지역이나 화산섬의 침강·융기에 따른 결과라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오늘날의 해안선 지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해안 지역의 융기와 침강 운동 흔적은 동해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일출 명소 중 하나인 강원도 강릉 정동진 남쪽의 옥계해수욕장에서 북쪽을 바라다보면 해안에 우뚝 솟아 있는 높이 90여 m의 절벽 위에 평탄한 지형의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평탄면의 바닥에는 해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둥그런 모양의 자갈들이 깔려 있다.

또한 바닷가에 사는 조개들이 구멍을 뚫어 만든 흔적도 이곳 바위의 표면에 남아 있다. 이곳이 과거에 바닷가 해변이었다가 융기된 평탄면 지역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지형을 ‘해안단구’라 부른다. 정동진 주변에는 수십만 년 동안 일어난 해수면의 변동과 융기 운동에 의해 최소 5개의 해안단구면이 계단 모양으로 발달(천연기념물 제437호)해 있다. 안타깝게도 이곳의 해안단구 지형 위에는 배 모양의 대규모 호텔을 비롯해 여러 시설이 들어서 있다. 지구의 역동성을 체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원래 지형의 많은 부분이 변형된 것이다.

정동진 외에도 동해안인 주문진 포항 경주 울산의 여러 지역에 해수면의 변동과 지각 변동을 알 수 있는 많은 해안단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자연적인 침식·풍화와 경작·개발에 의해 원지형이 남아 있는 해안단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다행히 경주 양남면 읍천에서 하서로 이어진 부채꼴 주상절리가 나타나는 해안(천연기념물 제536호)을 따라 이어진 파도소리길에서는 해안단구의 지형과 퇴적물의 흔적을 뚜렷이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이 길을 걸으며 과거 한때 파도소리가 철썩이던 바닷가의 솟아오른 흔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해안의 융기 흔적은 부산의 몰운대와 가덕도 해안에도 남아 있다.

이처럼 우리 지구는 끊임없이 움직여 왔고, 지금도 움직인다. 그에 따라 땅의 지형과 생태 환경도 바뀌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 땅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우리 인류의 삶에도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지금 지구의 움직임 위에 놓여 있는 우리는 마치 서서히 가열되고 있는 팬 위에 앉아 위험을 느끼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개구리와 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이야말로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를 미리 눈치챌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