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생이 해외 승선 실습 도중 사망한 사고 이후 열악한 근무 환경과 관련 제도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을의 입장인 탓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으나, 사망 사고를 계기로 그간의 잘못된 실태를 알리는 증언이 터져 나오면서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등 당국의 후속 조치는 미흡하기만 하다. 최근 유관기관을 모아놓고 회의를 열었지만, 빠른 시일 내 대책을 내놓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니 과연 이번 사고의 심각성을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해외 승선 실습생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목포해양대생이 실습 도중 숨진 이후 한국해양대는 관련 선사와 운영 협약을 맺었다. 부당 대우를 받은 실습생이 관련 기관에 신고토록 하는 제도도 있었다. 하지만 운영 협약서 조항이 지켜지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데다, 신고 접수 또한 거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마지못해 실효성 없는 협약 등을 급조한 셈이다.

특히 이런 제도적 허점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실습생이 선사에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 실습부터 취업까지 같은 선사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열악한 환경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견뎌야 한다. 다른 선사에 지원하려 해도 중도 하선 이력이 있으면 어렵다고 한다. 학교·교수·선사 관계자도 거의 같은 해양대 출신이어서 이의를 제기해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 학교마저 선사에 모든 걸 맡겨 놓으니 실습생이 어려움을 어디에 호소하겠나.

최근 열린 유관기관 회의는 이처럼 허술한 과거 제도의 보완은 물론 구조적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도 해수부 등의 대처는 여전히 안일했으니 학생들 불만이 더욱 고조되는 게 당연하다. 물론 당장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학생들의 절박함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대책을 내놔야 마땅하다. 물론 그 대책이 과거와는 달리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