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청년 세대의 반감과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의학 논문 1저자 등재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반응은 ‘공정’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되고 있습니다.

청년이 공정에 민감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언론도, 전문가도 심지어 대통령 신년사에도 공정을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경쟁하고 노력해온 청년의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남북단일팀이라는 대의가 더 중요하거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존 상식이 문제라는 관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쟁해서 1등을 하지 않으면 의미를 찾기 어려운 사회에 놓여버린 청년의 현실과 판단은 단순히 개인주의가 팽배하거나 공정에만 민감하다는 것으로 정리되어 버립니다.

조국 전 장관 딸의 의학 논문 1저자 등재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시기에는 대한민국 모든 청년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측과 이른바 좋은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만 분노하고 있다는 측이 정쟁을 벌였습니다. 그 바람에 청년들은 타의에 의해 편이 갈라진 처지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난해 말의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 그 어디에서도 청년의 삶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고, 수많은 논란 이후 우리가 확인하게 된 것은 분노가 아닌 청년들의 냉소였습니다. 오로지 검찰개혁에 관한 찬반 여부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기존 상식이 그 시기에 이 모든 것을 가렸습니다.

과거의 상식으로 현재를 규정하다보니 청년들의 목소리를 해석할 수 없는 사회. 그렇게 이른바 ‘공정한 경쟁’에 청년들의 삶이 삼켜지고 있습니다. 공정을 강조해본들(또는 강조할수록) 한편에서는 더욱 경쟁에 얽매이게 되는 사회에서 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되는 청년의 현실은 방치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이전에 만들어 놓은 ‘공정과 경쟁’이라는 기존 상식을 넘어서야만 이 문제를 제대로 직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청년의 삶을 바꾸는 데는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사고의 틀이 필요합니다.

사회는 늘 기존 상식을 의심하고 극복하는 과정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기각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사회를 준비할 힘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부분 여전히 기존 상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기는 아니지만 집을 하나라도 더 사고파는 것, 채용 청탁은 아니지만 전화 한 통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 상식으로 통용되는 사회, 계속 일하는데도 시민의 안정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회,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급증하는 불안장애를 방치하는 사회, 매일 누군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회.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마치 기존 상식처럼 통용되는 비상식적인 사회를 우리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합니다.

전국 각지 청년은 새로운 시각, 다른 관점으로 다음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고, 그 결과 청년기본법이 제정되었지만, 이 역시 선거철이 되면서 흥행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오직 ‘젊은 정치인’이라는 상징성을 어떤 정당이 가질 것인지에 대한 싸움만 남아버렸습니다.

연령대가 젊다는 것만으로 청년 정치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낡은 상식은 과감히 기각하고 우리가 살아갈 다음 사회의 기준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고작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넘었을 뿐 여전히 과거의 상식과 싸우고 있습니다. ‘90년대생이 온다’며 기존 틀로 새로운 세대를 해석하며 신기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 맞춰 세상의 기준을 바꾸는 전환의 논의를 함께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 상식 혁명입니다.

심오한연구소 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