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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칼럼] “한미동맹, 이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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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2-06 19:25: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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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정부 가운데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평화를 증진시키고자 노력한 정부는 예외 없이 친북좌파라는 비판과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가 그랬고,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가 그랬다. 그리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친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인다. 냉전 시기를 지나도 한참 지났음에도 냉전기에나 어울릴 법한 언어가 아직도 버젓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언론과 제1 야당, 그리고 일부 전문가가 이 대열의 선봉에 서 있다.
그림 서상균
친북좌파라는 딱지와 한 세트를 이루는 또 하나의 주장이 바로 반미주의자라는 것이다. 반미라는 딱지 역시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위력을 지녀왔다. 동북아의 변화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더는 통할 것 같지 않은 ‘반미’나 ‘친중’ 같은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념의 지체현상이라고나 불러도 마땅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한미동맹 해체니 와해니 하는 말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북한만 챙기고 미국과의 결속을 경시한 나머지 한미동맹이 해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없고 협력할 마음도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주한미군의 철수 위험까지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현실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에 진배없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미루어 보아 그 근거를 몇 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다. 두 국가의 관계가 좋나 나쁘나 하는 평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도자 간의 관계가 어떠냐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로 셀 수 없이 잦은 만남과 대화를 해왔다. 두 지도자 간에는 우의도 깊고 신뢰도 높다. 그런 우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지난해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만남을 중재할 수 있었다.

우리 외교장관과 미국의 국무장관도 관계가 아주 좋다. 그래서 중대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소통이 원활하다. 양국 대통령 외교 참모들 간에도 잦은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져 왔다. 신뢰와 협력의 기조가 자리를 잡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과 우리 사이의 현안에 대한 공조가 굳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상당한 공을 들인 바 있다. 이 프로세스는 철저한 한미 공조의 틀 속에서 이행되어 왔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공조의 틀을 깬 적도 없고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평화에 대한 의지를 존중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 틀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행동한 것도 없다. 한미공동군사훈련 연기라든지 남북협력사업 추진이라든지 하는 사안도 철저한 한미 간의 협의 아래 이루어져 왔다. 한미 간에 공조가 너무 철저한 나머지 남북관계에 대해 너무 자율성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 우리 사회 내부에서 제기될 정도였다.

다음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가 있다. 다 아는 바대로 미국은 한국 정부에 예년보다 거의 5배에 이르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왔다. 누가 보아도 터무니없는 비합리적 요구였다. 그런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요구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할 수도 없고 수용해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합리적인 입장을 갖고 두 정부가 성실하게 협상해 원만한 결론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동맹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는 파병에 반대하는 전문가와 정치인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과거 이라크 파병의 교훈을 살려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나머지 ‘독자 파병’을 결정하였다. 이는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한국이 기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서, 경제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도 감안해 양국 모두 수용 가능한 절충점을 선택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런 과정에서 미국 측과 활발한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동맹이 건강하다는 징표다.

정작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요한 한미 간의 동맹 조정 현안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그리고 이 사안은 국내에서 찬반 여론이 갈리는 이슈다. 한미동맹이 와해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군이 아직 준비 부족이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을 늦추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준비를 꾸준히 잘해서 가능한 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미루어야 한다는 입장은 특히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현재의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또 한국군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한편 주한미군이 지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반도에 주둔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주한미군 철수론이 이런 논리로부터 비롯된다.

한미 간에는 2007년에 이미 2012년 4월까지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었다. 이 합의를 이명박 정부 들어서 변화된 안보환경을 이유로 삼아 2015년 말로 1차 연기시키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거의 무기한 연기하는 2차 연기 조치를 취해버렸다. 그러니 전환 준비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 왔다. 한미 간에 전환을 위한 협력에 따라 치밀한 준비가 이루어져왔다. 한미연합훈련에서 해마다 한미 양국 간에 주도-지원 역할을 바꾸어가면서 준비해왔다. 이 문제 역시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와 협력에 따라 전환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렇듯 ‘한미동맹이 와해되었다, 해체 직전이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한미동맹은 신뢰와 협력에 기초해 있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는 ‘반미’도 아니다. 한미동맹은 이전보다 성숙해가고 있으며 나은 미래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경남대 교수·전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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