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자의 바이러스 전파 여부에 대한 규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방역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불거졌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앞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전염병과 달리 우한 폐렴에서 무증상 전파가 확인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차원의 신속한 규명을 통한 지구촌의 일사불란한 공동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보건당국은 무증상 전파가 없었던 사스와 메르스의 선례를 들어 우한 폐렴 역시 그럴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중국과 독일에서 무증상 전파로 보이는 감염 사례가 나타나면서 이런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허난성 안양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우한에 갔다 돌아와 2, 3차 감염을 유발한 한 주민이 잠복기(최장 14일)가 지났는데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무증상 전파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3명의 2차 감염피해자를 낳은 중국인 여성도 귀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무증상 전파 가능성을 보였다.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조사가 좀 더 필요하다”면서도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무증상 전파가 확인될 경우, 우한 폐렴은 대유행할 우려가 커진다. 증상자 위주로 이뤄지는 현행 방역 시스템은 무증상자에 대해선 사실상 무방비나 다름없어서다. 베스피냐니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교수도 “무증상 전파가 사실이라면 사태의 예상을 깨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WHO는 무증상 전파 여부를 서둘러 규명해야 한다. 이미 우한 폐렴은 전 세계로 번진 상황이다. 규명이 늦어질수록 혼란은 확산된다.

WHO는 지난 22, 23일 긴급위원회를 열어 국제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논의했지만 시기가 이르다고 판단했다. 당시 실기했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우한 폐렴의 확진자가 하루 새 1700여 명이나 늘어나는 등 기세가 갈수록 등등해지고 있다. 답은 하나뿐이다. “전 세계가 지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의 역설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