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있듯 지난 한 해 법조계도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많은 일이 있었다. 우리 사회에 파장이 컸거나 화제가 되었던 몇 가지를 간단히 살펴본다.

우선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재판 거래를 시도하는 등 여러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다. 상고심인 대법원의 사건 부담은 2018년 기준으로 4만7979건이다. 대법관이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부담이다. 그 때문에 상고심을 담당하는 별도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정치권의 지지를 얻으려 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륙법계 국가이며 대륙법계의 대표적 국가인 독일이나 프랑스 대법관 수는 100명이 넘는다.

국민 정서가 자신의 사건을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충실히 심리해 줄 것을 바라는데, 대법원이 직접 처리하지 않고 상고법원을 만들어 상고 사건을 처리하게 한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상고법원이라는 별개 법원을 두는 것보다 독일 프랑스처럼 대법관 수를 늘려 처리하는 게 헌법 규정과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까 한다. 굳이 상고법원이라는 별도 법원을 설치한다면 서울 한 곳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다음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조국 교수와 그의 가족에 대한 수사이다.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검찰 및 이를 지지하는 측과 비록 법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형평에 맞지 않는 무리한 수사라는 주장이 대립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당사자가 검찰이 기소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기에 유·무죄가 법정에서 다투어지고 결론이 날 것이다.

형사 사법제도 분야에서는 이전에 없는 변화를 시도해 찬성과 반대에 따라 여러 의견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이다. 당사자인 검찰과 정치권에서 격하게 갑론을박하며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공수처는 검찰 권한을 분산해 적정하게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옥상옥에 불과하고 집권 정치세력이 장악하면 오히려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맞섰다가, 지난 30일 결국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검찰 입장은 거악을 수사하기 위한 직접수사권과 경찰을 견제하는 수사지휘 및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검찰이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기소하며, 게다가 수사권도 가지고 있는데 적절히 견제할 방법이 없기에 그 권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채택한 대의민주주의가 모든 국가기관에 대해 국민이 선출한 권력에 의한 적절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므로 그렇게 되도록 기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며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나 힘이 있다면, 어느 정도 권한이 분산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즉 검찰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그 권한을 분산하고 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권한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문제는 ‘직역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 시선에서 결정돼야 한다.

이 밖에도 대법원에서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까지로 바꾼 판결이 있었고, 현행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있었다. 양심적 병역 거부로 논란을 낳았던 대체복무에 관한 법도 통과됐다.

지난해 법조 분야 몇 가지 사건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는데, 이를 극심한 국론 분열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도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오히려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야말로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재나 권위주의 체제 아래서 개인이 여러 목소리를 소신껏 낼 수 있었겠는가. 국민 각자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한계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

어쨌든 올 한 해 또 어떤 사건이 우리를 기다릴지 알 수 없으나 위대한 우리 국민이 이제껏 그래 왔듯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법무법인 국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