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가짜 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가짜뉴스는 주로 연예인처럼 유명한 사람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호사가의 루머 수준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SNS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가짜뉴스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퍼지고 있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정도다. 때로는 어떤 게 진짜인지, 어떤 게 가짜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들다. 되레 가짜뉴스가 더 그럴싸해 보여 진짜뉴스를 접해도 속을 까뒤집어보는 습성마저 생겼다.

문제는 가짜뉴스가 개인이나 특정 사회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운영의 축인 정치와 경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SNS를 통한 정치행위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성을 탈피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정당뿐만 아니라 지도자들까지 가세할 만큼 보편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치지도자는 기존 언론보다 페이스북을 통한 정견 발표로 톡톡히 이득을 보고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앞세운 SNS 정치는 국민을 편 가르고 이데올로기를 왜곡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경제 분야의 가짜뉴스는 직접적으로 실제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높다. 경기 침체나 활성은 실물경제나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사람들의 심리가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 미국 듀크대 경제학과 댄 애리얼리 교수는 저서 ‘경제심리학’에서 “경제는 감정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나 생산자는 경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지갑을 닫거나 생산을 줄여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경제학도에게 필수 교양 과목으로 심리학을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인터넷이나 SNS를 보면 한국경제 상황과 관련해 ‘위기’ ‘최악’ ‘폭등’ ‘폭락’과 같은 공포심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수식어가 난무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적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런 표현을 쓰려면 비교 대상이나 비교 시점이 분명해야 하고 보편적으로 계량적 객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나 경제 분야에서 명백한 잣대가 없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낚시형’으로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면 자칫 경제를 혼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집값이 오르자 인터넷이나 언론에서는 다투어 ‘부동산 폭등’ ‘집값 천정부지’ 같은 표현을 쏟아냈다. 그러자 정부가 극약 처방의 부동산정책을 쏟아내는 바람에 부동산 경기 자체를 침체시켜 초가삼간을 다 태운 꼴이 됐다. 최근 특정 재벌의 임원들이 국정 농단이나 노조방해공작으로 구속되자 일부 언론에서 ‘경영 공백’ ‘경영 마비’ 같은 문구를 달았다. 의도나 목적이 짙게 깔린 가짜뉴스의 또 다른 양태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1960년 개봉한, 프랑스의 명배우 알랭 드롱이 주연한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에서 생겼다. 이 영화의 주인공 리플리가 부잣집 친구를 살해한 뒤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으로 친구 행세를 하며 살다가 결국 모든 범죄가 탄로난다는 줄거리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영화의 주인공처럼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스스로 자신의 거짓말에 도취해 굳게 믿는 정신병 가운데 하나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자면,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과 유포하는 사람들이란 리플리 증후군 환자와 다름없다.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고을에서 이웃끼리 공동으로 수확한 과일을 분배하다가 생긴 일이다. ‘2 곱하기 9’의 답을 두고 한 사람은 ‘19’라 했고, 다른 쪽은 ‘18’이라 했다. 두 사람은 주먹다짐을 하며 다투다가 결국 포도청까지 갔다. 두 사람의 주장을 들은 원님은 “19라는 사람은 방면하고, 18이라는 사람은 곤장 석 대”라는 판결을 내렸다. ‘18’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강력히 항의하자 원님은 “멍청이를 상대로 세월을 허비하는 네가 더 바보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심각성은 ‘2 곱하기 9’의 답이 ‘19’라 믿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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