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에선 페스트 환자가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5일 네이멍구 시린궈러(錫林郭勒)의 한 채석장에서 잡은 야생 토끼를 먹은 것으로 확인된 55세 남성이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베이징의 한 병원에 입원한 환자 2명도 폐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흑사병은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전염병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14세기에는 유럽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500만 명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발병하면 몸이 검게 변한다고 해서 ‘Back Death’라고 한다. 흑사병이 대유행하던 시기 원인균을 몰라 일반적으로 전염병을 일컫는 ‘플레그(Plague)’라고도 불렀다. 1894년 프랑스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예르신(Alexandre Yersin)이 중국 광동성에 파견되었을 때 흑사병의 원인균을 최초로 인공배지에서 배양했다. 처음에는 파스퇴르 연구소의 이름을 따서 파스퇴렐라 페스티스(Pasteurella pestis)라고 명명했으나 1967년 예르신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라고 불렀다. 페스트(pest)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모든 예르시니아 감염은 동물을 매개로 발생한다. 사람은 일시적인 숙주이다.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는 주로 야생에 사는 쥐나 토끼 같은 설치류에 서식하고 사람을 비롯한 200종 이상의 포유동물을 숙주로 한다. 기회가 되면 다른 동물로 옮겨간다. 동물끼리의 감염은 벼룩이나 이를 통해 주로 이뤄진다. 사람끼리의 전염은 감염된 설치류에 서식하는 이에 의해 시작돼 집에 있는 이를 통해 확산한다. 폐 흑사병 환자의 기침으로 생긴 에어로졸도 전염원이 된다.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는 설치류 사체가 있는 토양에서는 몇 달간 살수 있다. 도시의 밀집된 인구환경과 대규모의 쥐 집단은 의심할 여지없이 질병을 확산시키는 데 주요 역할을 한다.

흑사병은 도시형과 전원형으로 구별할 수 있다. 도시형은 자연적인 감염원이 집쥐일 경우이다. 전원형은 다람쥐 토끼 들쥐 집고양이 등이 감염원이다. 도시형 흑사병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가 집쥐에 존재하다가 집쥐들 사이에 또는 감염된 쥐벼룩을 통해 집쥐와 사람 간에 전파된다. 도시형 흑사병은 철저한 쥐 통제와 공중보건의 발달로 대부분 박멸되었다. 반면 전원형은 포유류 숙주와 쥐벼룩의 매개체가 널리 분포하는 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로 오염된 동물을 섭취하거나 오염된 동물조직을 다룰 때에도 감염될 수 있다. 이는 감염성이 매우 높지만 환자의 호흡기에 감염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에서 사람으로의 전파는 드물게 일어난다.

흑사병 증상은 감염일로부터 1~6일 이후 갑자기 발병한다. 사람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에 감염된 이에 물리거나 이의 대변에 오염된 피부를 긁으면 감염된다. 이때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는 림프액에 의해 면역기관인 림프절로 옮겨간다. 대식세포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를 물리치지만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는 협막을 만들고 병독력을 가진 유전자들을 활성화시켜 다른 독소들을 만든다. 급성반응이 림프절에서 발달하여 림프절을 크게 부풀게 하고 물렁물렁하게 만든다(림프절 페스트). 림프절은 괴사되어 병독성 있는 많은 양의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를 혈류로 쏟아낸다. 이 단계의 질환을 ‘패혈증 흑사병’이라 한다. 내독소 방출로 쇼크와 파종성 혈관 내 응고증(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이 발생한다. 혈류에서 폐로의 감염은 환자의 10~20%에서 일어나며 ‘폐 흑사병’이 된다. 폐 흑사병 환자에게서 또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때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는 완전한 병독성을 갖고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 고열·쇼크·일시적 정신착란에 피하 여기저기 출혈이 나타난다.

흑사병은 적절한 쓰레기통 처리부터 쥐 없는 건물 건설처럼 쥐 박멸 프로그램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 살충제도 쓰고 야생 설치류와의 접촉도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비누를 이용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며, 오염된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는 것은 삼가도록 한다. 항생제 효과가 즉각적이어서 전염병을 막는데 유용하다. 발병 초기에 치료를 해야 효과적이므로 정확한 초기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인제대 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