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교류협력 행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리에서 공적개발원조(ODA)가 논의되고 있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증여·차관·배상·기술원조 등 형태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 및 복지 증진을 위해 행하는 원조를 뜻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ODA는 전후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준 튼튼한 재원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이후 경제 발전의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고, 공동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간의 ODA 중점 지원 분야는 보건, 교육, 농촌, ICT, 환경 등에 집중됐다. 특히 올해 ODA 관련 예산은 3조2000억 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의 원조와 차별화되기 어렵고, DAC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의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 채택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무상원조를 배 이상 증액해 나가기로 천명했다. 당장 올해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배 증액하고, 2022년까지 신남방지역에 대한 ODA를 배 이상 확대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등교육, 농촌개발, 교통, 공공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이는 신남방 ODA 전략을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의 개발 경험과 지식을 아세안 국가들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이미 부산시는 그동안 시가 경쟁우위에 있는 교통·항만 운영, 스마트시티, 농업·해양·수산 기술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부산형 ODA 사업 발굴에 힘써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시는 부산을 영화·영상도시의 이미지를 홍보하고, 아시아 영화영상 문화도시로 성장시킨 데 이어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로 인정받아 아시아를 넘어 영상 콘텐츠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영상산업 인프라 구축, 관련 정책 개발, 제작 인력 발굴 등 영상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주요 노하우로 축적돼 있다는 말이다.

2017년부터 부산아시아영화학교를 통해 매년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들을 선발해 영화 프로듀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산영상위원회에서는 한·아세안협력 기금을 통해 한·아세안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FLY사업)을 진행하여 2012년부터 8년간 아시아 각국의 재능 있는 미래 영화인을 선발해 지금까지 177명의 교육생을 배출하는 등 아시아 영화인재 발굴의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념행사로 마련돼 회원국인 브루나이에서 지난달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동안 부산은 부산영상위를 통해 지속적인 한·아세안 문화교류 증진을 실천하고 있으며, 영화라는 대중적인 매체를 빌려 아세안 각국의 문화, 사회, 정치를 이해하는 장을 마련해 왔다.

최근 전 세계적인 ODA정책의 기조는 기존 시설·인프라 중심의 지원에서 지속 가능성(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확보를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원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부산이 가진 영상산업의 강점을 충분히 살려 ‘영상 분야에서의 부산형 ODA’ 발굴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연간 20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세계 ODA 재원이 다양한 사업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고,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한류문화를 적극적으로 나누고 소통하는 데 우리나라만의 한국형 영상 ODA 모델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지난달 부산에서 개최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앞으로 확대될 한·아세안 문화교류에서 부산이 그간 구축해온 매력적인 영화·영상산업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아시아와 나누고, 아세안 영화산업의 동반성장을 견인하고 넓혀야 할 것이다. 특히 영화·영상도시 부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세계 무대로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 분야 부산형 ODA’의 가치를 공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부산시의 더욱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