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부산 대표 축제인 BIFF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라는 허울뿐인 명성만 지닌 단일 문화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판이다. 실제 전국 영화계 인사들과 애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BIFF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만 못하고, 부산시민의 영화제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마저 식어간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판국에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자료에서 BIFF 축제 가치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내용은 영화제의 쪼그라든 실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KIEP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01억 원이던 BIFF 축제 가치가 이듬해 103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46억20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국비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CVM(가상가치평가법)을 활용해 축제 가치를 측정하는 이 자료의 객관성을 따져보기 이전에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는 영화제 가치가 50억 원도 되지 않는다는 진단은 충격이다.

영화제 기간 유료관객 평균 좌석 점유율이 최근 3년째 50%를 넘지 못하고, 신규 관객 유입이 줄고 있다는 BIFF 내부 자료도 아프게 다가온다. 2016년 36.3%로 최저점을 찍은 유료관객 점유율은 지난해 소폭 반등해 48.7%로 올랐다고 하지만, 5년 전의 51.6%와 비교하면 위상 회복 기미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셈이다. 부산에만 국한한 신규 회원 가입자는 2015년 1720명에서 2016년 2249명으로 증가했다가 2017년(1139명)과 지난해(1286명)에는 1000명 초반대로 주저앉았다. 올해의 관객 수는 지난해(19만 5081명)보다 적은 18만9116명에 그쳤다.

내년이면 25회째 행사를 맞이하는 BIFF는 그동안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지만 부산시는 물론 지역 문화계와 시민의 의지와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커온 축제다. 이제는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영화축제가 지닌 존재 이유와 가치를 곱씹어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시도 대책 마련에 나선 데다, 영화제 측 역시 위기감을 절감하고 있다고 하니 BIFF의 새로운 위상과 방향성 정립을 기대한다.

<반론보도>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본지는 지난해 12월 16일 자 1면 ‘BIFF의 가치, 5년 새 반 토막’ 등의 보도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자료를 인용, 2013년 101억 원이던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치가 2018년 46억2000만 원으로 급락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용된 수치는 2014년 10월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수년 간 계속된 정치적 외압과 탄압을 겪기 전(2013년 7월)과 후(2018년 5월)의 불특정 응답자들의 설문 분석 결과일 뿐 영화제의 종합 가치가 아니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해당 분석결과가 여러 해 걸쳐 지속적으로 개최된 행사의 가치를 완전히 반영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