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청년활동가로 살았다. 내가 옳다고 믿고,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여겼던 신념에 따라 삶의 궤적을 걸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쌓아가는 작업은 항상 흥미로웠고, 때론 두려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해 하나하나 겹겹의 꺼풀을 벗겨가는 과정에 끊임없이 직면했다.

그저 좋았던 일로 시작했던 활동은 개인의 결핍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좋았던 경험만을 포함하지는 않았다. 경제원리와 자본의 논리 속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신념과 가치를 고수하며 비루한 삶을 살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과정도 함께했다.

청년활동가의 삶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공모사업은 활동가의 목숨을 연명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었다. 사업 주체와 방식에 따라서 다른 점도 있겠지만,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소모적인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행정과 행정기관의 업무방식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어렵고, 와 닿지 않는 것이 많다. 이미 통용되고 있는 사례와 기존 형식을 따라가는 과정이기에, 새로울 수 없다. 결국 ‘잘 쓰는’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평가를 위한 기준이 ‘잘 쓰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활동가는 자신만의 가치성을 따지지만, 그 가치성은 실제 행정적 평가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 변화를 발견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활동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곤 했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운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자율성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었고, 이런 현실에 관한 이해도를 가진 분들과의 만남 속에서 사업을 할 수 있었기에 앞서 이야기한 소모의 느낌보다는 자유도가 어느 정도 보장됐다.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핵심 이유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든든한 어깨가 되어주는 선배와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청년활동의 세계를 이해하고 묵묵히 버텨내며, 그 시도를 환영하고 실현 가능하게끔 해주는 사람들이 중요했다. 결국 사람이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다양한 대학생을 만나고 있다. 그들의 삶을 응원하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여전히 도전하고 실패의 경험을 쌓아가는 학생도 만나게 된다. 과거의 나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들이 사회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부산을 둘러보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쉽지 않고, 그들의 활동을 지지해줄 어른들이 주변에 얼마나 있는지도 중요하다. 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런 판을 만들기 위해 도울지, 단지 청년의 한 명의 ‘숫자’로만 생각할지 잘 알 수 없다. 그 권한과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일자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청년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청년 개개인이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수북이 쌓인 먼지를 먼저 털어내고 나야 다음이 있을 수 있다. 잠시 잠깐 행정적 근거를 위해 모이는 모임이 아니라 일상이 되는 모임이 있어야 함은 틀림이 없다.

다양한 시각의 사람도 모여야겠지만,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더욱더 필요하다.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과 ‘울타리’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

청년활동은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이 난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속에서 서로 삶을 공유하고 각자가 이 커뮤니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미더운 경험을 이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활동의 지속을 위한 경제적 활동이 포함되겠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제외되는 순간, 커뮤니티가 아니라 딱딱한 시스템이 되어버린다. 그것은 감정이 없고, 언제든 팔릴 수 있는 상품이 될 뿐이다.

진로상담문화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