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분산 컴퓨팅 기술 기반의 원장 관리 기술이다. 데이터는 P2P(1 대 1) 방식을 기반으로 생성된다. 운영자에 의한 데이터 임의 조작도 불가능하다. 누구나 데이터 변경 결과를 열람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부산시를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블록체인 특구는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산업과 실증·시범서비스를 지원하고 규제특례를 둬 신기술·신산업의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부산시는 국제금융센터·항만(물류)·관광자원과 의료산업처럼 지역특화산업을 활용해 블록체인 기술 융합을 촉진할 계획이다. BNK부산은행과 현대페이를 비롯한 13개 사업자는 금융·보안·빅데이터·스마트계약 분야의 블록체인 기술 육성에 참여한다.

산업계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가로막았던 규제 장벽이 블록체인 특구 지정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암호화폐 산업도 블록체인 산업과 함께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투자 열풍의 부작용을 막으려 규제를 강화한 관계로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에 대한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글로벌 IT 공룡들이 모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대학·스타트업·벤처캐피털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열기가 높다. 지난 6월 열린 ‘비트코인2019’ 참가자들은 “여전히 투기광풍이라는 단어에 엮이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데이터·인공지능 기술과 엮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 화폐 리브라(Libra) 백서를 공개했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선 불가능했던 금융 거래를 ‘디지털 화폐’를 통해 온라인에서 해결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암호화폐의 원조인 비트코인은 페이스북이 ‘402에러(온라인으로 결제할 때 오류를 알리는 코드 번호)’를 해결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했다.

암호화폐 공개(ICO) 붐이 사그라지면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활기가 줄어들었다는 건 오해다.

오히려 스타트업은 비트코인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비트코인이 야기했던 ‘블록체인 버블’이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과 같이 흘러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제2의 인터넷 부흥기로 만들려고 시도한다. 지구 반대 편에선 게임 속 아이템을 금융상품으로 만들거나 의료정보를 암호화해 의학 분야 인공지능 연구에 기여하도록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채굴자나 코어 개발사처럼 복잡한 생태계를 구축한 비트코인에서 출발한 이머징 마켓이다.

블록체인 관리 및 개발은 1년 전부터 IT 인력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술로 부상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수많은 블록체인 기업이 ‘구인 경쟁’ 중이다. 경영컨설팅 기업 잰코 어소시에이츠(Janco Associates)의 조사에 따르면 블록체인 개발·관리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계속 최상위권이다. 분산 원장 기술이 성숙해지고 기업 도입이 증가함에 따라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조직의 업무와 정보기술을 연계한 정보화 종합설계도)의 전통적인 역할에 블록체인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직무가 만들어지고 있다.

가트너가 새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3년 동안 모든 주요 ERP(전사적 자원관리)·CRM(고객관계관리) 솔루션 업체가 소프트웨어 제품의 추가 기능 형태로 블록체인 기능을 제공할 전망이다. 일자리 데이터 분석사인 버닝 글래스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 사이 블록체인 전문인력 구인 공고는 전년에 비해 73% 증가했다. 기업용 블록체인 분산 원장 개발직은 프리랜서 채용 웹사이트인 업워크가 발표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20개 직업 기술 중에서 최상위에 올랐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리자나 품질 엔지니어는 물론 법률 자문과 웹 디자이너 역시 수요가 상당하다.

부산은 블록체인 특구 선정으로 떠오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선도적으로 이끌 기회를 맞았다. 부산시와 산업체·학계의 협업이 더욱 절실한 시기이다.

동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스마트IT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