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는 청년에게 첫째 가는 고민이다. 청년뿐 아니라 부모님 세대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매년 수만명의 부산 청년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일자리 때문이다. 최선의 청년 정책은 ‘양질의 일자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나 부산시가 청년을 위해 무수한 정책을 쏟아내도 청년의 미래는 늘 불확실하다.

서울시는 너무 많은 청년이 집중돼 고민이다. 삶의 질이 추락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역세권 청년주택’ 중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반값 월세’로 공급되는 청년·신혼부부 주택의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중 청년과 신혼부부 주택의 비중을 40∼70%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50% 이하로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주거면적도 확대·다양화해 1인 청년용은 14∼20㎡(신혼부부용은 30∼40㎡)로 하고 필수 가전·가구는 빌트인 설치를 의무화해 입주자의 편의를 높인다고 한다.

앞서 서울시는 2016년부터 역세권 고밀개발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43곳에 1만7000호를 인가했다. 2022년까지 총 8만 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주거와 일자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또 있다. 바로 일하는 사람의 ‘권리’다. 청년 A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부당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이 법정근로시간 제약을 받지 않아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했다. 야근해도 연장 수당을 받지 못했다. A 씨가 일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사실은 특정 기업이 아니다.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은 대부분 이렇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휴업수당·연차휴가(유급)·생리휴가도 받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동자의 보편적인 권리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580만 명 정도다.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해도 5인 이상 사업장보다 월급이나 복지혜택이 적으니 설움의 눈물이 날 수밖에.

동일한 사업장을 2, 3개로 쪼개서 노동자를 5인 미만으로 고용하는 고용주도 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한 편법이다. 과거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서 일했던 B 씨가 임금체불에 관한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B 씨가 일한 사업장은 C 사와 D 사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사장님’은 같았다. B 씨는 평소 C 사에서 일하다가 D 사의 일손이 부족하면 D 사로 가서 일해야 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권리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다. 고용주는 계약직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실은 다르다. 계약 기간 2년이 채워지기 전에 해고하는 일이 다반사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최근 대리운전 기사들도 ‘노동 3권’ 행사가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법원 판결이 화제가 됐다.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은 판결이 화제가 되다니!

“근로기준법대로 하자”는 사용자의 말이 노동자들에게는 협박으로 들리기도 한다.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졌지만 실상은 편법과 불합리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알다시피 국회의원의 가장 큰 권한은 입법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마음을 잡으려 청년 일자리와 복지 지출 항목이 담긴 ‘청년 특별예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경선에서 청년에게 40%의 가산점 부여를 검토 중이다.

지켜질지는 두고봐야 한다. 누가 후보로 나오는지도 유심히 지켜보자. 그리고 우리의 방식대로 우리 목소리를 내보자. 직장 동료나 친구와 함께 청년의 현실을 이야기하다 보면 모순점이 보일 것이다. 그 모순점에 침해당하는 우리의 권리가 숨어 있다. 그 모순을 해결하려면 정치인이 꼴 보기 싫어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청년노동자나 졸업을 앞둔 예비 노동자 모두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위해 함께 고민하자. 노동자 권리는 누가 챙겨주는 게 아니다.

부산청년유니온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