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국토 전역에 남겨진 수없이 많은 불탑과 사원으로 유명해진, 대륙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로 정식 국명은 미얀마 연방공화국이다. 넓이는 한반도 3배로 남북 길이가 2000㎞, 폭은 가장 넓은 곳이 900㎞에 달한다.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라오스 태국 등과 국경을 접하며, 고온다습한 열대몬순기후대에 속한다. 농업과 어업이 주산업이고, 한때 세계 1위 쌀 수출국으로 유명하였다.

2010년 버마에서 미얀마로 국명을 바꾼 나라로 선사시대 이래 인간이 거주했고, 철기를 쓰면서부터 기원후 10세기까지 통일된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여러 지역에 각기 주체 종족이 다른 도시국가가 산재해 있었다. 11세기 버마족을 중심으로 중부 바간에서 통일 왕조가 성립됐다. 이후 몽골의 침입으로 멸망한 바간왕조를 이어 여러 왕조와 영국 식민지 시절을 거쳐 마침내 1948년 버마연방공화국이 되었다.

주요 민족은 미얀마족으로 전체 인구의 68%을 차지하며, 이외에도 샨족 카렌족 까친족 몬족 인따족 등 수많은 소수 민족이 각자 고유한 언어와 생활문화, 전통적 관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종교 또한 불교 외에도 소수이지만 ‘낫’이라는 정령신앙과 힌두교 이슬람교 등이 신봉된다.

그러나 현재 미얀마는 국민의 85% 이상이 불교 신자이며 상좌부 불교의 오랜 전통을 잇는 불교 국가로 불교가 국교로 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좌부 불교는 출가자가 초기 불교의 계율을 철저히 지키며 스스로 아라한(성인)이 되어 열반함을 목표로 한다. 반면 대승은 모두에게 부처가 될 수 있는 본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미얀마에는 불교 전래와 관련한 다양한 불교 전승이 존재하는데 이는 발상지 인도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석가모니 붓다 재세 시 붓다에게 꿀과 음식을 공양하고 붓다의 머리카락 사리를 받아 귀국한 두 상인 이야기와 기원전 3세기 인도 아쇼카 왕이 파견한 전법승 소나와 웃타라 장로가 왔던 황금의 나라 수완나부미가 미얀마의 ‘타톤’이라는 이야기도 많은 미얀마인이 믿는 전승이다. 이 두 이야기는 미얀마 불교의 오랜 전통을 말해주는 동시에 미얀마 불교의 정통성을 상징한다.

‘황금 불탑의 나라’로 알려진 미얀마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황금빛 불탑이 자리 잡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바간 평원에 세워진 대규모 불교 유적은 바간 왕실의 후원으로 조성됐으며, 이는 상좌부 불교의 세계관과 불교적 제왕 전통이 연결된 독특한 불교문화로 발전했다. 불교에 대한 왕실의 후원과 불교적 제왕 전통은 이후 꼰바웅 왕조까지 이어지며, 현재도 미얀마는 불교가 국교이다.

여기서 화두가 하나 떠오른다. 바간왕조에 의한 통일 이후 불교를 국가 통치 이념으로 삼은 것은 다양한 민족과 언어 및 종교를 가진 나라를 통합하기 위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신라의 불교 공인 과정에서 볼 수 있다.

진흥왕의 영토 확장과 법흥왕의 불교 공인은 영토와 서로 다른 전통·세계관을 가진 정복지 주민을 아우르기 위한 것이다. 즉, 적석목곽분을 만들고 거기 금관을 매장하는 식의 국가의례로는 새로운 주민을 신라 체계 속으로 편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얀마 사람은 무너진 옛 탑을 중수하고, 새로운 불상과 불탑을 만들어 불교 사원에 바치고, 승려를 위해서 보시하는 공 덕행을 멈추지 않는다. 이는 현세에 쌓은 공덕을 통해 내세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불교의 윤회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얀마 불교문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해 부산박물관은 미국 싱가포르 외에는 국외에 출품된 적이 한 번도 없는 대륙부 동남아시아 중심 국가 미얀마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뜻깊은 전시를 지난 19일부터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미얀마 양곤 국립박물관, 바간 고고학박물관, 네피도 국립박물관, 스리 크세트라 고고학박물관 소장의 화려하고 수준 높은 불교문화재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미얀마 불교미술품 등 11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미얀마 불교 미술품을 통해 미얀마 불교문화의 특징을 감상하고 이를 통해 우리 불교문화 전통과는 무엇이 다르고 비슷한지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을 것이다.

모쪼록 이러한 전시를 관람하시면서 아세안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시면 좋겠다. 한·아세안 상호 간 교류와 협력의 기틀이 더욱 다져지기를 바란다.

부산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