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가 시작이었다. 장림공단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 팀이 주축이었다. 골목골목 다니며 마을 어르신들의 협조를 구하는 데만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기꾼 아니냐는 의심을 믿음으로 바꾸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뭔가 시작한다는 것은 마음을 여는 작업에서부터다. 프로젝트 진행을 맡았던 진영섭 대표는 2012년 인터뷰에서 “감천2동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단순 재개발이 아닌 지역성을 살리는 ‘보존과 재생’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면서 “몇 가지 조형적 요소를 넣는다고 마을이 당장 변하지는 않겠지만, 통행자와 이웃을 배려하는 공동체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이 지속적인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이어져 2016년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을 수상했다. 골목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 공방, 전시장, 마을기업을 통한 주민 일자리 창출 등 감천문화마을의 성공 사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이 떠오르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과 마을의 관광지화로 주민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감천문화마을의 발전과 우려에 대한 분석을 정확히 진단해 수정해야 한다. 이는, 감천문화마을뿐 아니라 지난 10년간 진행해온 도시재생사업의 진단과 앞으로의 방향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0년간 부산에서는 288개 도시재생사업에 1조5686억 원 예산이 편성됐다. 물론,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것까지 포함해서다. 도시활력증진 사업, 행복만들기 사업,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도시재생 선도지역, 새뜰마을 사업, 도시재생활성화 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명칭은 각각이지만 모두 도시재생사업에 속한다.
‘도시재생특별법’ 제2조의 정의에 따르면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경제·사회·물리·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재개발·재건축과는 달리 도시재생에는 쇠퇴하는 도시를 공동체 사회로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함축돼 있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당면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감천문화마을처럼 젠트리피케이션과 관광지로 몸살을 앓는 경우와 지원이 끊기면 사업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다. 감천문화마을처럼 예술가와 주민이 시작해 관이 꾸준히 예산을 확보해 10년 동안 도시재생을 해온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사업 기간이 3, 4년이다. 예산 확보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정작 사업 진행 기간은 길어야 2년이다. 게다가 단기간에 성과를 요구하다 보니 콘텐츠보다는 시설 위주 하드웨어 사업에 치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도시재생사업은 하나의 유행처럼 비슷비슷한 것을 양산해왔다. 당장 성과에 급급해 다른 지역 성공모델을 그대로 옮겨놓거나 그럴듯한 표피적 포장에 그치면서 결국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단기간의 성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근대화를 앞세워 마을길을 넓히고 초가와 기와를 모두 들어내고 일제히 슬레이트나 함석 지붕으로 바꾸던 방식으로는 안 된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집만의 재생이 아니다. 공간을 통해, 마을을 통해 주민 삶이 재생되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 여기서 감천문화마을이 그간 구현해온 자립 의지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센터를 만들고 마을 빈집을 활용하고, 사회적기업을 만들었으며 주민교육을 통해 노인 일자리, 복지문제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것까지 놓치지 않은 활동가들과 주민의 의지 말이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우리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 하나둘씩 있기 마련이다.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는 특색 없는 공동체 사업이 아니라 도시 이야기를 기록하고, 꾸준한 교육으로 주민 역량 강화와 공동체 자립 프로그램을 찾아내야 한다. 도시재생콘텐츠를 양산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스로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까지가 도시재생사업의 역할이다. 도시재생은 곧 삶의 재생이기 때문이다.
㈜상지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