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와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보완대책이 어제 발표됐다. 뼈대는 크게 두 가지다. 내년 1월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는 50~299인 중소기업 사업장에 대해 법정 노동시간을 위반해도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게 첫째다. 여기에다 특별연장근로 요건에 대해 기존의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시’ 외에도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 등 경영상 사유’까지 포함시켰다. 사실상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인 특별연장근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주 52시간제 보완을 위한 탄력근로제 개선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야 이견으로 연내 입법 처리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7월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나타난 혼란과 어려움이 영세 중소기업에서는 더 심할 가능성 또한 고려됐을 터다. 지난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안을 어렵사리 의결한 것도 제도 연착륙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정부 보완책은 어쩌면 양날의 검이다. 자칫 악용될 수 있어서다. 우선 계도기간에 시한을 두지 않은 점이다. 앞서 대기업에 부여됐던 6개월(일부는 9개월)보다 좀 더 충분한 기간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그 취지를 이해 못할 바 아니나, 이래서는 제도의 본격 시행이 기약 없이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게다가 모호한 ‘경영상 사유’를 인가 요건에 넣은 결과 특별연장근로가 남발되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국회에서의 입법 조치다. 정부의 보조적 행정조치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9개월째 묶여 있으니 기가 찬다. 자유한국당의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제 확대 주장 등으로 상황이 더 꼬였다. 그렇다 보니 50~29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시행은 이제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국회가 원활한 제도 시행을 이끌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야 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