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지막 일요일, 벡스코에서 ‘미래를 향한 부산’이라는 주제로 ‘2019 부산연구개발 주간’의 개막식이 열렸다. 방송과 인터넷 매체 등에서 많이 알려진 강사들 덕분인지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찾아와 부족한 좌석을 임시로 보충하느라 힘든 상황도 일어났다. 유명 강사들의 특강이 끝나고 많은 시민이 자리를 뜬 후 어둑해질 무렵부터 부산지역 대학생들은 조금은 특별한 발표를 시작했다.

‘사회문제 해결 리빙랩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수행 과정과 결과를 발표하고 시상하는 자리였으며, 참여 대학생뿐 아니라 함께 활동했던 많은 사람들이 늦은 시각까지 함께했다. 민락 수변공원의 쓰레기 투기, 시내버스의 정류소 무정차 통과와 정차면 미준수, 테이크아웃 음료 컵 쓰레기 대량 발생 그리고 부산지역 하수구의 악취 문제 등 지역의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과 적용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날의 발표는 꽤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였다. 지난 5월부터 참여 학생은 부산산업과학혁신원에서 운영 중인 시민정책자문단의 시니어 위원과 함께 여러 차례 논의와 현장 방문을 통해 부산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구상했다. 지난 7월부터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시제품을 제작하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대학의 교수 등 전문가의 조언과 기술적 지원도 함께했으며, 시제품 제작 장치와 시설에 대한 지원도 함께 이루어졌다. 세대가 어우러져 과학적 사고와 기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현장에서 해결하고자 한 청년들의 수개월의 열정과 노력이 담긴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시민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생활 속에서 과학기술적 성과를 향유할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은 경제성장을 위한 성과 창출에서 국민 삶의 질의 향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즉 과학기술을 이용한 문제 해결 범위가 사회·경제 분야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기존의 소수 전문가 중심이 아닌 시민 등 더 많은 주체의 역량을 활용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기에 시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참여 확대는 도시의 혁신시스템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에 정부도 국가기술혁신체계에서 혁신의 주체이자 수요자로서 국민을 새롭게 부각하고 있으며, 작년에 수립한 ‘국가기술혁신체계 고도화를 위한 국가 R&D 혁신방안’에 도시·사회문제해결형 R&D, 과학기술정책 과정, 대중과학 등에 국민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과제를 포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반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증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부산시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이 수행한 부산시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4%가 평소에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과학기술이 “우리 삶을 보다 건강하고 편리하게 만든다”라는 인식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매우 높았다.

응답자의 86%가 부산시 과학기술정책과 사업에 시민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49%는 직접 참여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과학기술이 “자신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시민은 자신의 삶 속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참여 의지도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시민이 과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지역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그 도시에는 훨씬 빠르게 혁신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부산시민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다.

2005년 3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과학문화도시를 선포한 부산이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과학기술기반 혁신도시로 도약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새로운 희망을 품어본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