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정신질환자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해마다 늘어나서다. 이로 인해 진료비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000억 원을 돌파했다니, 더 실감이 난다. 지금 이대로 뒀다가는 자칫 정신질환자 증가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지고, 그와 아울러 지역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치료·관리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진료를 받은 정신질환자 수만 22만6926명에 이른다. 전년보다 6.5%, 1만3000여 명이 늘어난 수치다. 2016년 20만4783명, 2017년 21만3037명과 비교해 지속적인 증가세다. 진료비 지출 총액 면에서는 지난해 4157억 원을 기록해 전년의 3878억 원보다 7% 뛰었다. 이는 전국의 진료비 총액(3조9169억 원) 중 10%를 넘는 데다, 인천 대구 광주 울산 등 다른 광역시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4.5배나 높은 것이라니 기가 찬다.

연령대별로는 70대(19.1%) 60대(18.5%)가 전체 정신질환자 중 37.6%로 나타났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부산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질환 종류 면에서 그간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에 이어 4위였던 알츠하이머병이 2017년부터는 줄곧 3위를 차지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그만큼 노인성 질환인 치매 발병이 크게 증가했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 생활환경이나 가족관계 단절 등에 의한 복합 요인이 커 보인다.

정신질환자를 줄이는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더 절실한 것은 치료·보조 인력 확충과 지역 맞춤형 대책이다. 정신건강 분야 의사·간호사 수만 해도 부산 인구 10만 명당 30.2명으로 전국 평균(30.6명)에 못 미친다. 재활을 도울 시설도 마찬가지다. 입소 정원이 인구 10만 명당 1.9명으로 국내 하위권이다. 이래서는 정신질환자 증가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시당국이나 관계기관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만큼, 민간 병원과의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풀어나가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