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대응하라”며 등교 거부 시위를 지난해 8월부터 벌여온 그레타 툰베리의 목소리는 현재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거대한 움직임으로 번졌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시위 참여 인원은 지난 11월 4일까지 공식적으로 1100만 명에 달했다. 그레타는 지난 9월 23일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How dare you)!”라며 기성세대의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모습에 일침을 가하는 연설을 했고, 수많은 젊은 세대는 그레타의 연설에 공감하여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레타 툰베리와 그 가족이 쓴 책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에는 그레타의 영웅적인 행보가 쓰여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를 입고 고통받는 그레타 툰베리와 그 가족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레타가 겪는 고통의 시작은 학교에서 해양오염에 관한 영상을 본 날이었다.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의 모습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영상을 볼 때는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던 아이들이 수업이 끝날 때쯤 아무렇지 않게 비행기를 타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급식으로 나온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 그레타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레타는 그때부터 “맨눈으로 이산화탄소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고, 이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며 얻은 고통은 너무나 큰 것이었고, 그레타의 고통은 곧 부모님과 동생에게도 이어졌다. 이익에 눈멀어 지구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둔 사회의 병폐에 이 가족은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니 이 슬픔과 아픔을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를 바꾸고 고치는 것밖에는 없었다.
눈앞에서 아이가 절벽을 향해 달려간다면 당장 뛰어가 아이를 구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기후 위기는 지금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할 절박한 위기 상황이다. “위기는 우리가 그것을 위기로 여길 때에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레타 가족의 말처럼, 우리는 이 위기 상황을 얼마나 안일하게 대하고 있는지부터 깨달아야 한다. 그저 내가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것이나 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효과가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 실천해야 한다.
정부가 정시 확대라는 교육정책을 획기적인 변화인 양 발표했다. 그에 발맞춰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하는 사람, 다시 예전의 문제적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분노하는 사람, 혹은 이러나저러나 큰 변화는 없다며 무던하게 하던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 교육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폐허인지 말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교육이 얼마나 많은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는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지금 당장 주입식 입시 위주의 경쟁에 절벽으로 내몰리는 아이를 구하자고 달려가는 사람이 없다. 정시를 확대하든 않든, 그래서 우리 교육이 무엇을 할 수 있냐고, 어떤 아이로 기르고자 하느냐고,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이 없다. 위기를 위기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부분적인 개혁을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5년까지 자사고와 특목고를 모두 없애겠다고 한 것과 같은 정책이 그렇다. 그러나 드러난 교육의 차별을 없애는 처방이나 부분적인 개혁으로는 결코 이 나라의 교육을 바꿀 수 없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4차 산업 혁명의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미래 시민이 진정으로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뜨거운 고민과 토론, 전반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레타는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가 배신하고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우리를 계속 실망하게 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지금까지입니다. 더 이상은 참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현실에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이것이다. 이제 더는 그 어떤 아이도 구하지 못하는 교육 정책을 용서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변화다.
인디고잉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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