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장고 끝에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이제 1, 2군 감독이 모두 정해져 내년 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만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 유독 부진했기에 이번 비시즌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환골탈태를 위한 기본적인 여건은 갖춰졌다. 성민규 단장 부임 후 롯데의 행보와 남은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에 사령탑을 맡은 허문회 감독은 넥센과 키움 히어로즈 시절 타격코치 및 수석코치로서 성과를 보였기에 기대를 하게 한다. 특히 코치로 활동하며 구단은 물론 선수들과도 원활하게 소통해 이를 중시하는 롯데와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 출신이라는 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키움은 전신인 넥센 시절부터 유능한 감독을 배출했다. 염경엽 감독은 물론 현재 장정석 감독까지 팀을 상위권으로 올려놓았다. 모두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아니지만 감독으로서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허 감독은 그 밑에서 코치로 일하며 많이 배우고 자신만의 야구 철학을 정립했을 것이다. 공격적인 타격 코치 성향인 점은 ‘활발한 출루에 기반한 도전적 공격 야구’를 내건 롯데와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다시 초보 감독을 앉힌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심사숙고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허 감독은 코치 지도자로서 이미 성과를 보였기에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성 단장이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모습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미국에서 코치 경험을 했고 방송사 해설위원도 하는 등 많은 경험을 통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단장이 2군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롯데는 그동안 2군에서 뛰어난 선수가 배출되지 못했다. 2군은 구단에서 필수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곳이다. 선수들이 어떻게 운동하고 육성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직접 보면서 챙겨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롯데 2군은 쉬어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을 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성 단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다. 2군 시설 투자를 비롯해 래리 서튼 감독 영입 등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이 같은 관심과 집중은 분명 장기적으로 팀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 1군 선수단을 짚어본다면 FA 영입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포수는 보완이 돼야 한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떠난 지난 2시즌 동안 확실한 포수가 없다 보니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포수 보강과 더불어 공격력 강화를 고려한다면 전준우 역시 필요하다.

이대호와 채태인 등은 체력적인 면을 신경 써야 해 공격 자원이 많아야 한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팀 공격을 이끌었기 때문에 팀에서 빠진다면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노경은이 현재 롯데와 다시 좋은 기류를 형성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본인이 1년간 쉬면서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많이 느꼈을 것이다. 팀의 부름을 받는다면 쉬는 동안 떨어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새 감독 부임 효과는 여러모로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더욱 열심히 준비할 것이고 기존 주전 선수들도 긴장감을 가질 게 분명하다. 서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경쟁 관계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허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팀에 빨리 녹아드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롯데가 내년 시즌 당장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것은 힘들 수 있다. 단장과 감독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새로운 롯데를 만들겠다는 시도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차분히 재건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새로운 얼굴들이 나와서 팀이 강해지고 있다는 기대감은 반드시 줘야 한다. 이제 아직 빈자리로 남은 코치진의 인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남았다.

야심 차게 시작한 변화들이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팬과 구단이 모두 힘을 실어줄 때다.

KNN해설위원